▲ 박성민 중구청장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낮 동안에는 기록적인 폭염이, 밤에는 열대야가 연일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예년에 비해 짧은 장마기간과 함께 긴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사람은 사람대로, 가축은 가축대로 ‘찜통더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중국의 한 지역에서는 길거리에서 팔던 달걀이 스스로 부화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병아리가 부화하는 온도인 37도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지면서 병아리들이 껍질을 깨고 나온 것이다. 날씨가 얼마나 더운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처럼 이상고온이 이어지면서 올해 폭염으로 인한 온열환자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최근 5년간 폭염으로 4,239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47명이 숨졌다. 올해는 7월 8일 경북 의성에서 89살의 노인이 자신의 밭에서 일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고, 같은달 30일에는 대구의 한 공원에서 야외 훈련을 하던 12살 남자아이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가 다음날 새벽 결국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대부분의 온열 환자가 노인들이지만 어린아이들도 예외가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렇게 지난 7일 현재까지 온열사고 환자는 1,160명에 숨진 사망자만 10명이나 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이 가운데 214명은 집과 작업장, 건물 등 실내에서 발생한 환자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크다.

이처럼 사람 잡는 날씨를 일컫는 말이 ‘사망임계온도’다. 사망에 이르게 하는 온도분기점인데, 여름철 기준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발생하게 되는 온도를 말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에서 여름철 더위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는 임계온도는 26.71도로 나타났다.

울산지역은 지난 7월 6일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기 시작해 이달 7일까지 21일간이나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지속됐고 이중 15일간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지난달 29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2도를 기록하면서 사망임계온도보다 7도 이상 높은 기온을 보였다. 지역민들 가운데 누구라도 무더위로 인해 온열환자가 발생하거나 숨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폭염의 취약계층인 노인인구가 많은 중구는 이 같은 이상기온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7월초부터 동별로 폭염대비 통반장 교육을 실시했고, 중구보건소도 나서 캠페인을 벌였다. 지역 내 경로당 등 총 91개소의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폭염특보 시 재난문자정보를 구민들에게 실시간 제공하고 있다. 도로 등 고온 현상 최소화를 위해 시계탑 사거리와 번영로 등 유동인구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살수작업도 연일 벌이고 있다. 또 폭염 취약계층을 방문해 폭염건강관리 및 대응법을 알려주고, 독거노인과 거동불편자 등 921명에게 얼음머플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노인돌보미와 건강보건전문인력 등 재난도우미 73명에게는 얼음조끼도 지급하는 등 폭염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아직까지 중구를 포함한 울산지역에서 폭염으로 인한 온열환자는 20명만 발생했을 뿐, 사망하는 사건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동구지역에서 80대 독거노인이 폭염으로 쓰러진지 이틀 만에 적십자 봉사원들에게 극적으로 구조되는 등 언제라도 폭염과 관련한 사고의 발생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울산에서는 공장 폭발사고로 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지난 6월에 이어 또다시 발생한 사고라 안전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눈에 보이는 사고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전관리의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폭염사고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사고는 자칫 안일해지기 쉽다. 늘상 우리 주위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도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았으니까, 또는 폭염에 사람이 죽겠어라는 부주의한 의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9월 중순까지 더운 날씨가 이어지다가 9월 후반이나 돼야 맑고 청명한 가을 날씨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예보만은 틀리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편안할 때도 위태로웠던 때를 생각해야 한다는 ‘거안사위(居安思危)’의 마음으로 화학사고 만큼 폭염사고를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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