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유난히 길고 잔인하다. 무더위도 가끔 한풀 꺾일 때가 있는데 올해는 보름 이상 찜통더위가 물러설 줄 몰랐다. 한낮 최고기온이 영남권을 중심으로 연일 갱신하며, 숨통을 막아왔다. 수은주가 절정을 치달을 때는 바람이 불어도 거대한 열풍기가 돌아가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실내와 실외를 가리지 않는 한증막이었다. 그러다보니 전기 값 무서운 줄 알면서도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켠 채 살아가는 가정이 대부분이다시피 했다.
여든을 넘긴 한 할머니는 “덥다 덥다고 해도 내 평생 이런 더위는 처음이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로 올 여름은 가히 살인적이었다. 온열환자가 어느 해보다 많아진 것은 물론, 건강한 사람마저 정상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오직 더위가 물러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그랬던 더위도 이제 끝이 보이는 듯하다. 14일, 중부지방에 쏟아졌던 소나기를 시작으로 기온이 눈에 띄게 내려가고 있다. 15일부터 이들 지역에는 폭염경보가 폭염주의보로 대체되고 열대야도 주춤하고 있다. 폭염경보는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날이, 폭염주의보는 33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그러나 울산을 비롯한 동해남부권의 낮 기온은 여전히 35도를 오르내리고 있다.
바다를 끼고 있어 한여름에도 선선한 바닷바람으로 좀처럼 35도를 넘지 않던 부산마저 14일 낮 최고기온이 37.5도를 기록, 1904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112년 만에 가장 높았다. 경주와 울산은 낮 최고기온이 38도를 넘는 날이 벌써 5일 넘게 나타났다. 이처럼 올해 여름나기는 모두에게 가장 잔혹했다. 여기에 가뭄까지 겹쳐 상치 등 신선채소의 가격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폭등했다.
그러나 이런 더위에도 한여름 밤을 그나마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지구의 끝에서 들려오는 올림픽 소식이었다. 브라질 리우올림픽이 마침 한반도의 여름이 절정이던 시기와 묘하게 겹쳤다.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 사냥에서 쾌거를 거두면 더위마저 까맣게 잊게 했다. 펜싱과 사격, 양궁에서 우리 선수들은 기대 이상으로 잘 싸웠고, 그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었다. 특히 축구와 여자배구는 더위로 지친 몸과 마음에 한줄기 청량제나 다름없었다.
우리 축구가 비록 4강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세계적인 강호들을 꺾고 8강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 역할을 충분히 다 했다. 여자배구 역시 질 듯 하면서도 오뚝이처럼 살아나는 투지에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가 남자 100m에서 3연패를 하는 순간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였다. 우리 선수들이 고맙고 올림픽에서 인간승리의 대역사를 만들어간 선수 모두가 여름을 이겨내는 힘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