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부터 시작된 리우올림픽이 폭염이 쏟아지는 여름의 더위를 식혀줬다. 리우데자네이루 코르코바도 언덕위에 세워진 38m의 거대한 예수상 아래에서 전 세계 체육인들이 체육의 향연을 펼쳤다. 한국의 깊은 밤 이웃에 들려오는 환호성 소리가 반갑게 들리는 이유는 선수들의 선전을 알려주는 소식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현대인에게 결핍된 것은 눈물과 땀방울이라고 지적했다고 하지만 올림픽에 임하는 선수들과 이를 응원하는 한국인들의 모습 속에는 두 가지 모두 충일한 듯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올림픽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경기를 꼽으라면 박상영 선수의 펜싱경기와 장혜진 선수의 양궁경기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박 선수는 ‘할 수 있다’는 자기암시 수없이 되뇌이며 최선을 다한 결과 결승전에서 4점이 뒤진 상황에서도 역전의 결과를 이루는 쾌거를 보여줬다.
장혜진 선수는 준결승전 첫 번째 화살이 3점을 득점하는 난관을 극복하고 결승에 진출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엇보다 거듭되는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성경구절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반복해 암송하며 활시위를 당긴 노장의 여성 선수는 금빛 목걸이를 결국 받아내고 말았다.
올림픽 경기를 보며 스포츠의 향연과 의회 민주주의가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된 것도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승리의 축제를 펼치는 대한민국 선수들을 보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아름다운 금메달을 걸 수 있는 때는 언제일까 예측해본다. 올림픽 경기에서만큼은 땀방울을 흘리는 것은 선수만이 아니다.
경기장에 있는 관중만이 아니라 TV를 시청하는 시청자들도 손에 땀을 쥐며 응원한다. 때로 환호성을 지르며 출전한 선수가 힘을 내 승리하기를 응원한다. 출전선수와 관중 그리고 시청자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돼 경기에 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역감정도 없고 지역이기주의도 없다. 대한민국만 있을 뿐이며 숭고한 스포츠의 정신에 대한 박수만 있을 따름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정치계의 대표선수로 꼽히는 국회의원의 활동을 살펴보면 어떤가. 엄연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이익을 위해 국회에서 대리행위를 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면 한숨을 쏟아내지 않을 수 없다. 은연중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때로는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해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국회의원의 뒤태를 우리는 쉽게 볼 수 있다. 국회를 바라보는 관중들은 때로 선수들을 향해 야유를 보내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무관심으로 경기장의 경기를 시청하지 않는다. 아직도 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국회의원은 특권만 있고 의무는 없는 특권이익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어디에 있을까. 국회의원이 누리는 과도한 특권과 권력, 국민의 낮은 참여율, 정치인과 국민들 간의 소통의 부재에 있다. 덴마크의 정치는 대한민국의 새 정치 문화를 안내할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해 준다.
지난 6월 9일 밤 10시에 방영된 ‘KBS 스페셜’ ‘행복의 나라 덴마크 정치를 만나다’ 편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자전거로 국회로 출근하는 다수의 국회의원. 청렴지수 1위, 국민투표 참여율 80%. 덴마크의 정치지표는 대한민국 국회를 초라하게 만든다. 과반 정당이 없는 덴마크 국회는 대부분의 안건은 상임위에서 세 번의 토론 후 합의안을 만들어내는 협의민주주의를 하고 있다. 정치의 목표는 국민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청렴성은 덴마크 국회의 자랑이다. 라스 아너슨(서부 대법원 판사)은 그동안 정치인 관련 부패사건을 한건도 본적이 없다고 할 만큼 덴마크 정치는 깨끗하다. 덴마크가 선진정치를 구가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시민들이 직접 정치인을 만나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참여의 통로가 보장돼 정치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토양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에도 이 같은 옥토가 필요하다. 적어도 관중석이 텅 빈 경기장에서 훌륭한 경기를 펼칠 수 없다. 언젠가 국회에서도 선수와 관중이 한마음 한뜻으로 펼치는 경기, 모두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