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수장 시간당 70mm용량…100mm 물폭탄에 무용지물
침수·도로 유실 등 180건 신고…오늘 구체적 피해집계 파악
순식간에 불어난 물 고립·정전…자동차 수백대 침수
5일 제18호 태풍 차바가 급습한 울산에는 시간당 최대 139㎜(울주군 삼동면)의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태화강은 범람 위기 속에 14년 만에 ‘홍수경보’가 발령됐고, 회야댐과 소하천 등이 넘쳐나 주변 아파트와 상가의 침수피해가 엄청났다.도심 곳곳도 물에 잠기면서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고, 고립된 주민을 구하려던 119소방대원마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지난달 지진으로 공장가동을 중단했던 현대자동차는 이번 태풍에도 일부 공장에 침수피해가 발생해 공장가동을 멈췄다.
잦은 비 직후 ‘물폭탄’에 만조 겹쳐
울산은 태풍 ‘차바’가 오기 전부터 잦은 비가 내리면서 댐과 저수지의 수위가 높아진데다, 만조까지 겹친 상황에서 시간당 최대 139㎜(울주군 삼동면), 총 266㎜의 ‘물 폭탄’을 맞는 바람에 피해 규모가 더욱 커졌다.
울산에는 이달 들어 1일, 2일, 4일에 비가 내렸고, 그 여파로 한국농어촌공사가 관할하는 울산 관내 저수지 86곳의 평균 저수율은 태풍 하루 전인 4일 기준 93.7%로 전국 최고 수준을 보인 상태였다.
특히 울산시민의 식수원인 울주군 회야댐의 경우 폭우가 쏟아지기 직전인 5일 오전 5시부터 만수위(34.3m)를 넘어 방수로를 통해 물이 월류했다.
설상가상 만조까지 겹쳐 빗물이 바다로 충분히 빠져나가지 못한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이다. 울산 앞바다의 수위가 가장 높은 이날 만조 시각은 오전 10시48분. 시간당 최대 강수량을 기록한 시간대와 같다.
곳곳서 하천 범람…구조요청 빗발
물폭탄을 맞은 울산에서는 태화강이 범람해 주변 도로가 대부분 물에 잠겼다.
국토교통부 낙동강홍수통제소는 태화교 수위가 5.5m까지 찰 것으로 보고 이날 낮 12시40분께 홍수경보를 발령했다가 오후 3시10분 해제했다. 태풍 ‘루사’가 발생한 지난 2002년 이후 14년 만에 발령된 홍수경보다.
또 회야댐이 넘치는 바람에 인근 거주민 30여 명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오전 11시께 회야정수장으로 대피했다가 오후에 비가 그치는 것을 확인하고 모두 귀가했다.
남구 여천천과 무거천, 중구 유곡천, 울주군 삼동천 등 지역별 주요 소하천도 모두 범람해 주변 주택과 상가가 침수됐고, 119에는 주택이나 차에 고립된 주민들의 구조 신고가 빗발쳤다.
특히 유곡천의 범람으로 중구 태화동 태화시장 일대가 물바다로 변해 주변 상가 수 백 채가 잠겼고, 이 일대와 동강병원 앞, 아파트 주차장 등에서 자동차 수 백 대가 침수됐다.
울산시재난관리본부 관계자는 “오늘 하루 태풍 피해 건수가 침수, 도로 유실 등 모두 180건을 넘는다”며 “아직 신고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울산의 한 치수담당 공무원은 “울산 대부분 배수장이 시간당 70㎜의 강수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처럼 100㎜가 넘게 오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주민사망·119대원 실종 등 인명피해
이번 태풍으로 구조 활동을 펼치던 119대원이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고 60대 남성이 숨지는 등 2명의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실제 이날 낮 12시10분 울주군 청량면 회야댐 수질개선사업소 앞에서 온산소방서 소속 대원 강모(29)씨가 불어난 회야강 물살에 휩쓸려 실종됐다. 당시 강씨는 웅촌면 대복리 소재 주택옥상에 주민 6명이 고립됐다는 신고를 받고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출동로를 확인하던 중이었다. 강씨는 함께 출동한 소방대원 3명과 전봇대를 붙잡고 버텼지만 결국 거센 물살을 버티지 못한채 휩쓸린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본부는 헬기 2대와 온산소방서 전 인력을 동원해 실종된 강씨를 찾고 있다.
또 오후 1시10분에는 울주군 언양읍 반천리 현대아파트 입구에서 약 60m 떨어진 지점에서 최모(61)씨가 도로변 가드레일에 몸이 끼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신고를 받은 119구조대가 10여 분 만에 출동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최씨가 아파트와 인접한 태화강 강물이 넘치면서 불어난 물살에 휩쓸려 숨진 것으로 보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현대차 등 산업현장 피해도 잇따라
울산지역 산업현장 곳곳에서도 침수피해가 잇따랐다.
싼타페와 아반떼를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공장 2공장에서는 생산라인이 일부 침수돼 이날 오전 11시10분부터 7시 현재까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현대차는 공장 안에 들어찬 물을 빼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복구작업이 마무리 되는대로 생산라인을 가동하기로 했다.
앞서 현대차 울산공장은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지난달 12일과 4.5의 여진이 생긴 19일에도 안전 점검을 위해 생산라인 가동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소규모 공단에도 침수피해가 잇따랐다. 울주군 웅촌면 고연리 부경 ENG와 울주군 삼남면 가천리 아이에스하이텍 인근 소규모 하천이나 저수지 등에서 물이 넘쳐 공장 안으로 흘러들었다. 또 웅촌면 고연리 금양산업과 인근 공장에도 물이 차 조업 중단은 물론 일부 직원이 한때 고립됐다. 인근 대복리 오공본드 울산사무소, 삼동면 작동리 동서케미칼 공장 등에서는 직원들이 불어난 물을 피해 지붕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정전·교통통제·KTX 운행차질 등 피해
울산에서는 2,000가구가 정전되고, 주택담장이 무너지는 등 크고 작은 피해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 9시께 동구 동부동에서 전선이 끊어지면서 동부초등학교 일원 아파트, 주택, 빌라 등 약 2,000 가구가 정전됐다. 한전이 긴급 복구에 나서 전력은 1시간만에 다시 공급됐다.
오전 9시20분께는 중구의 한 주택 담장이 강풍에 무너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차된 차량 일부가 파손됐다.
돋질로, 두왕로, 산업로 등 시내·외 외곽도로 곳곳도 침수돼 교통이 통제됐다. 시 외곽인 울주군 삼동면 삼동체육관 주변 도로와 언양읍 일대 도로 등도 침수돼 통행에 차질을 빚었다.
육상길과 하늘길도 막혔다.
실제 KTX울산역을 거쳐 가는 상하행선 열차 17편의 운행이 중단됐다. 이날 오전 11시37분 경부고속선 울산역 북쪽 부근 철길 위 도로에 설치된 난간이 바람에 날려 전차선과 접촉하면서 정전이 발생한 탓이다. 이 사고로 KTX울산역에서 서울로 가는 열차 7편이 운행 중단되는 등 신경주역〜부산역 구간 KTX 열차 운행이 일시 중단됐다가 오후 2시34분부터 재개됐다.
일반열차도 동해남부선 울산 북구 호계역〜모화역에서 토사 유입으로 낮 12시 전후 운행이 일시 중단됐다.
울산공항의 항공기 운항도 전면 중단됐다. 오전 7시 김포공항을 출발해 울산공항에 도착하는 KE1603편부터 모두 10차례 서울〜울산간 항공기 운항이 멈췄다.
울산시교육청은 이날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에 임시 휴업 조치를 내렸다. 중·고등학교도 대부분 휴업하거나 등하교 시간을 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