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차바’때 인명구조활동 나섰다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숨져
종하체육관서 울산광역시청葬 엄수…1계급 특진·옥조근정훈장
소방공무원 퇴직 아버지 “해야 할 일 하다 떠난 아들 자랑스럽다”
“태풍이 왔던 그날 아침 다짐했잖아. 이보다 더한 태풍이 와도 문제없을 거라며…. 안전구호 외치며 시작했잖아.”
태풍 ‘차바’ 당시 인명 구조활동을 하다 순직한 고(故) 강기봉(29) 지방소방교를 영원히 떠나보낸 지난 8일. 그의 혼을 데려가기에 너무도 이른 것을 하늘도 아는지 ‘후두둑’ 빗물 떨어지는 소리만 세상을 채웠다.
강 소방교의 영결식은 이날 오전 울산 종하체육관에서 울산광역시청 장(葬)으로 엄수됐다. 유가족과 동료 소방관, 경찰, 의용소방대원, 김기현 울산시장, 국회의원 등 500여명이 그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 약력 보고,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 추서, 영결사, 조사, 헌화와 분향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기봉아. 네가 이렇게 빨리 갈 줄 알았다면 얼굴을 더 많이 보고, 손 한번 더 잡아 줄 걸 그랬다. 태풍이 왔던 그날 아침 다짐했잖아. 이보다 더한 태풍이 와도 문제없을 거라며…. 안전구호 외치며 시작했잖아….”
강 소방교와 온산119안전센터에 근무했던 신회숙(33·여) 소방교가 조사를 이어갔다. 고인의 이름 등이 언급될 때마다 울음소리는 밀려들었다.
“여기 국화에 둘러싸여 사진 속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이 기봉이, 네가 맞는 거니. 기봉아. 기봉아. 대답 좀 해봐. 그 거센 물속에서 혼자 헤매며 견디다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다니….”
고인과의 마지막 이별은 체육관 허공을 채운 오열 속에서 이뤄졌다.
“나의 동료 강기봉 소방교를 영원한 울산소방인으로 가슴에 묻는다.”
김기현 시장은 영결사에서 “고인은 생명을 생명으로 구하고, 가시밭길에 꽃을 피워야 하는 숙명의 길을 걷다가 우리 곁을 떠났다”면서 “폭포처럼 쏟아지는 강물에 두려움 없이 뛰어든 고인은 자랑스러운 소방관이셨다”고 추모했다.
고인의 아버지는 아들의 마지막을 끝까지 지켰다. 이별의 슬픔에 무너지는 다른 유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달리 아버지는 차분했다. 이따금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추스리는 듯한 그는 고개를 숙이며 추모객들의 인사를 받았다.
그는 31년간 소방관으로서 자리를 지키다 지난 2014년 퇴직한 소방공무원이다. 강기봉 소방교가 소방관의 꿈을 키워온 롤모델이기도 했다.
그는 아들의 사고 당시 현장을 담은 영상을 보며 “빠져나올 수도 있었을텐데…”라는 말을 반복하기도 했지만 “안타깝지만 해야 할 일을 하다가 떠난 아들이 자랑스럽고, 원망이나 후회는 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1987년 8월 제주에서 태어난 강기봉 소방교는 2015년 4월 구급대원 특채로 임용돼 온산소방서 구급대원으로 근무했다.
화재 120회, 구조·구급 550회 출동 기록을 남겼다.
지난해 화재대응능력 2급을 취득해 전문분야를 넓혔고, 올해 상반기에는 온산소방서 체력왕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강 소방교는 태풍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5일 “고립된 차 안에 사람 2명이 있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동료 2명과 함께 회야강변 울주군 회야댐 수질개선사업소 앞으로 출동했다가,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낮 12시 6분께 실종됐다.
그는 6일 오전 11시 10분께 실종 지점에서 강 하류로 약 3㎞ 떨어진 지점의 강기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의 유해는 고향인 제주에 안치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