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지역 침수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빗물을 흡수할 수 있는 특수포장재를 지상주차장에 적용하는 등 자연녹지를 대신해 도심 곳곳에 인공적인 물탱크를 늘리는 대책이 제안되고 있다.사진은 태풍 차바 당시 중구 한 대형마트 주차장이 침수된 모습(사진 위)과 수해를 입은 중구 우정시장에서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군장병들. 울산매일 포토뱅크

■긴급 진단-울산, 태풍 ‘차바’ 피해 왜 이렇게 컸나 <하>총체적 재점검해야

지구 온난화 등 영향 가을 태풍 비중 늘어날 것
영남알프스 끼고 있는 울산 집중호우 가능성 커

우수저류시설 확충·하천 바닥 준설 등 대책 마련을
녹지공간 역할 대체 특수포장재 도입도 고려해볼만

 

태풍 ‘차바’는 울산이 그동안 얼마나 자연재해에 무감각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미흡한 수방대책은 도심의 취약 요소들을 노출시켰고, 시민들의 다소 안일한 대응도 아쉬움을 남겼다. 이제 ‘차바’는 떠났고, 우리 사회에는 과제가 남았다.
 
◆“가뭄·홍수 등 극한의 기후 심화될 것”= 이번 태풍과 같이 시간당 104㎜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진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500년에 한번 올 정도의 폭우였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이와 유사한 폭우가 단시간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UNIST 도시환경공학부 차동현 교수는 가뭄과 홍수(폭우)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 교수는 “기후변화 시뮬레이션을 보면 앞으로 전체 강수량의 변화는 거의 없지만, 한번에 많은 양의 비가 오고,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는 극한의 기후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영남알프스라고 하는 산맥을 끼고 있는 울산의 경우 집중호우의 가능성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또 “보통 태풍은 여름철에 오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지구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가을 태풍의 비중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강한 태풍이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구 온난화와 그에 따른 해수면 온도 상승 등은 한반도를 둘러싼 대기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여름철 더위를 좌우하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10월까지도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이는 태풍의 진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 태풍은 익히 알려진 일본 남쪽 해상이 아닌 우리나라 남부지방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태풍의 운동을 방해해오던 제트기류의 힘이 약해지면서 태풍은 강한 세기를 유지하며 이동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울산을 비롯한 남부지방에 강한 태풍이 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방재는 거시적 관점, 도심 인공물탱크는 곳곳에= 자연재해를 예방하는 대책은 오랜 기간에 걸쳐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 마련된다. 쉽게 수정하거나 보완책을 더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방재대책은 보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안전과 경제성을 충분히 고려해 세워져야 한다.

현재 국가하천의 경우는 100년 빈도, 최대 200년 빈도로 방재계획을 수립한다. 도심은 50년 기준이다. 각각 해당 기간 동안 올 수 있는 시간당 강수량 최대치를 반영한다. 이는 과거 자료에 기반을 둔 것일 뿐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는 그보다 훨씬 많은 비가 단시간에 내릴 수 있다.

차동현 교수는 “오랜 기간 축적된 기상 자료에서 절대적인 수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양과 빈도, 추이 등 자료를 거시적으로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울산지역의 배수펌프장은 23곳, 우수저류시설은 8곳이다. 하천의 하류에 도심지가 형성돼 있는 울산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턱없이 부족하다.

UNIST 도시환경공학부 조기혁 교수는 “이번 태풍에 제주가 비교적 피해가 적었던 것은 이전 태풍 ‘나리’ 때 저류시설 등 인공방재시설을 상당수 추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울산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조홍제 교수는 “혁신도시 등 일대의 우수저류시설을 재점검하고 설계 오류를 바로잡고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며 “문제가 된 도심 하천에 대해서도 재검토하고 지금이라도 하천 바닥에 대한 준설작업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녹지공간의 저장고 역할을 대신할 다른 대안들도 논의되고 있다. 예를 들어 물을 흡수할 수 있는 특수포장재를 지상주차장에 적용하는 방법 등이다.   

 조기혁 교수는 “무조건 시멘트나 아스콘으로 포장할 것이 아니라 지상주차장과 같이 다소 포장재의 파손 우려가 적은 공간에는 특수포장을 해서 일정 수준의 물을 지하로 저장할 수 있다”면서 “본래의 녹지만큼의 역할을 다 하지는 못하지만 하나의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도 재해에 대한 ‘위험’ 인식해야=자연재해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것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이처럼 방재계획을 세우고 인프라를 보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연재해에 대해 시민들의 경각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심재현 원장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시민 등 삼위일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심 원장은 “중앙정부가 큰 차원에서 계획을 수립하면 울산시는 지역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는데 이는 시스템적인 부분”이라면서 “시민들도 상황이 발생하면 스스로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풍이나 너울성파도, 폭우 등의 위험 상황에서 바다낚시는 자제하는 등을 말하는 것이다.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분하고, 시민 스스로가 자신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경험의 자만’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내가 울산에 오랫동안 살아봤지만, 끄떡도 없다” 같은 자만이다.

심 원장은 “재난 앞에서 ‘그 동안 별일 없었다’는 경험적 지식은 무의미하다”며 “얼마든지 내가 재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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