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不在)를 향해 
끝없이 날아오르는 작은 존재
새는 오늘도 허공을 향해
무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새들은 욕심 부리지 않는다.
하나님이 주신 일용할 양식만 먹고
가볍게 가볍게 날아올라
청정한 하늘을 배우고는
배운 만큼만 노래할 뿐이다.

그가 물고 오는 건 언제나
사랑과 자유와 평화 같은 
이루지 못할 꿈에 불과하지만

아득히 날아올라 
하나의 점으로 사라진 후에야
사람들은 비로소 그를
‘시인’이라 부른다.

 

◆詩이야기 : 태화강 십리대숲을 걷다가 끝없이 하늘로 솟아 군무하는 갈가마귀떼를 쳐다보면서 ‘아, 저게 시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이루지 못할 꿈을 꾸는 새와 시인. 욕심 부리지는 않으면서도 사랑이니 자유니 평화니 하는, 부재하는 것들을 향해 목숨을 태우는 두 존재의 매칭이 서글펐다. 죽지 않는 시를 쓰려는 나의 욕망도 어느날 하나의 점으로 사라지는 새가 될 것이다.  
◆약력 : 양명학 시인은 1942년 울산 출생으로 시인, 문필가, 문학박사, 울산대 명예교수다. 1970년부터 한국문인협회 울산지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시집 ‘나에게로 열린 창문’, ‘겨울 소리개’등이 있다. 울산광역시 문화상, 울산문학상, 영호남수필 대상(작품) 및 공로상 등 다수의 수상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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