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청춘길’ 조성으로 철거
 노점 맞은편에 좌판 깔고 장사
 대부분 노점건물들은 사라져
 밤이면 청소년 탈선 우범지대
 내년 2월 완공까지 생계 막막
“공사시작 앞서 천막이라도…”

 

(울산매일 포토뱅크)

울산지역 도심 곳곳에서 새해를 준비하는 시민들의 들뜬 발걸음과 기대감 등이 엿보여 연말분위기가 물씬 느껴졌지만 골목 한쪽에선 쌀쌀한 날씨보다 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29일 오후 울산 중구 중앙동 훼미리타워 뒤편 골목. 수십년간 자리를 지켰던 노점상들이 중구 원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맨발의 청춘길’ 조성이 계획되면서 지난 11월초 철거됐다. 이날 찾은 골목은 휑한 시멘트 바닥만 남아 있었다.

노점건물들이 사라지면서 허전한 거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철거를 앞두고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던 안경노점상 어르신이 본인이 운영하던 노점 맞은편에서 추위에 떨며 장사를 하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상가내부에서 따뜻한 열기가 나오고 있었지만 안경진열대를 지키고자 움직이지 않았다.

점심으로 준비해 왔다며 검은 봉지에서 초코파이 3개를 주섬주섬 꺼냈다. 하지만 정작 먹지 못하고 그대로 다시 넣었다. 5,000원이면 따뜻한 국밥을 먹을 수 있었지만 그는 그런 선택을 하지 못했다. 

“아내의 약값에 보태려면 조금이라도 아껴야지. 나보다 더 고생하고 있어.” 

모두가 떠난 곳을 지킬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이것 말고는 생계를 유지할 방법도 의욕도 없었다. 노점철거 이후 늦은 시간에는 맞은편 상점에 들어오는 불빛에 의존해 장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오후면 안경진열대를 옮겨 장사를 한다. 하지만 이곳 골목에 위치한 상점들도 경기 탓에 문을 닫은 곳이 많아 일찍 퇴근할 수 밖에 없다고 어르신은 설명했다.

“불빛이 없어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는 뒷골목으로 변했다. 그 불씨가 마치 반딧불처럼 보인다”며 한숨을 내 쉬었다. 

내년 2월에 중구청에서 철거된 공간에 장사공간을 약속했지만 노점상에서 당장에 내쳐진 쓸쓸한 마음과 지금의 현실은 그에게 더 없이 공허했다. “중구청에서 공사 들어가기 전까지 작은 천막이라도 하나 세워줬으면...”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그가 이 상황을 이겨내는 방법은 하나였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자신의 이야기를 하염없이 들어주는 태화강이 유일한 친구였다. 따뜻한 차 한잔을 건냈지만 그의 마음만큼이나 빠르게 식었다. 

전날 오전 남구 무거동 굴화주공 아파트단지 인근. 5일마다 한번씩 서는 시끌벅적한 노점상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고 ‘불법노점상 철거’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이른 새벽시간 차에 싣고 온 과일을 자판에 설치한 한 상인은 행정집행으로 개시한번 못하고 짐을 꾸렸다. 상인은 짐을 실으며 한숨만 내쉬었다. 

“조금이라도 더 벌어야 연말연시에 가족에게 맛있는 밥이라도 한번 사줄텐데...”
그는 다른 곳에 가서라도 조금이라도 팔아야 한다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는 “규정이라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새해도 오기 전에 당한 매정한 박대는 견디기가 쉽지는 않네요”라며 “한번씩 찾아오는 문수고 학생들과 주변 주민들이 눈에 밟히네요”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