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 광장 보수단체 선점
현대백 옆 주차장·거리 집결
노란 풍선·점퍼·목도리 착용
‘박대통령 무능’ 비판 발언
선체 인양·대통령 퇴진 기원

지난 7일 남구 현대백화점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00일 추모 및 박근혜 정권 퇴진 제9차 울산시민대회’에서 노란 풍선과 촛불을 든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훈 기자 idacoya@iusm.co.kr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임형주 ‘천개의 바람이 되어’ 중)

노랫말처럼 시민은 깨어났고, 어둠을 밝힌 촛불은 서로를 지켰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000일을 앞두고 울산 도심은 노랗게 물들었다.

새해 첫 주말인 지난 7일 오후 5시께 남구 삼산동 현대백화점 옆 거리에 촛불이 켜졌다. 지난 두달여간 매주 촛불집회를 이어오던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서 처음 자리를 옮긴 것이다.

탄핵반대 집회를 하겠다며 보수단체가 롯데백화점 앞 광장을 먼저 선점한 탓이다.

이날 현대백화점 일부 주차장과 일대 거리에 모인 시민들은 한손에는 촛불을, 한손에는 노란 풍선을 들었다. 노란 목도리나 스카프를 두르기도 했다.

노란색 점퍼를 입거나,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기도 했고, 손목에 노란 팔찌를 차기도 했다. 이날의 ‘노란색’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였다.

세월호 참사를 되새긴 이날 집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진행됐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영상 편지가 공개됐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공연이 이어졌다. 추모곡으로 임형주의 ‘천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노래가 울려 퍼질 때는 비통한 분위기마저 들었다.

이날 시민들은 세월호를 되돌아보고, 인양 촉구하면서,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을 비판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한 시민은 미국 민요 클레멘타인 음에 맞춰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노래를 짧게 불렀다. 구슬픈 가사에 부르는 이의 목은 잠겼고, 듣는 이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그는 “혹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그 자리에 있었다고 무엇이 달라졌겠느냐고 말하지만, 우리는 공무에 얼마나 많은 절차, 예산, 책임이 따르는지, 그 때문에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한다는 것을 안다”면서 “그 모든 것들을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대통령인데, 생떼 같은 목숨들이 수장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고등학교 남학생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000일이 됐다. 인양은 질질 끌고, 그동안 선체는 계속 파손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7시간은 밝혀지지 않고, 얼마 전에는 참사가 작년인지, 재작년인지도 모르는 듯한 망언을 했다”며 “올 한해는 세월호도 인양되고 박근혜 대통령도 구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여고생은 “일분일초 애가 타들어가는 유가족들의 가슴에 평생 남은 그 아픔을 (박 대통령이) 알긴 아느냐”며 “모든 사람들이 잊지 말고 마음 속에 묻어달라”고 호소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울산 민족예술인총연합 이강민 전 이사장은 “국가공인 예술가로 만들어줘서 가문의 영광”이라며 비틀어 꼬집었다.

그는 “예술가들을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말라는 것이 전세계적 불문율인데 우리나라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민중을 개, 돼지로 여긴 재벌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발언대에 오른 윤종오 국회의원(북구)은 “1,000만 촛불의 위대한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며 “지방분권을 실현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고, 노동을 존중하는 정권이 탄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14일 예정된 울산 촛불집회는 다시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열린다.  

500여명 촛불 대신 태극기
버스 7대 동원 전국서 결집
언론·검찰·국회의원 규탄
과격한 비난 시민반응 싸늘
집회 일회성으로 마무리

지난 7일 남구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열린 ‘자유수호 및 탄핵기각을 위한 범울산시민궐기대회’에서 박사모를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형 태극기를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idacoya@iusm.co.kr

새해 첫 주말 울산에서 처음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맞불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의 발언과 행동은 과격했고, 시민들은 이를 외면했다.

지난 7일 오후 1시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앞 광장은 촛불 대신 손태극기가 나부꼈다.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가족중앙회를 비롯한 근혜동산, 박사모동우회, 박근혜서포터즈 등은 ‘자유수호를 위한 범울산시민궐기 대회’를 진행했다.

이날 참가인원은 경찰 추산 500명 남짓. 전세버스 7대를 동원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인 점을 감안하면 ‘범 울산시민궐기 대회’라는 말은 다소 무색했다.

참가자들은 매주 촛불집회가 열리던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서 맞불집회를 한다는 데 의미를 강조했다.

울산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중심이라면서도 이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규정했고, 그에 따른 감정적 동조를 강요했다. 참가자들의 발언마다 맹목적인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끼어들었다.

이희철 박사모가족중앙회장은 “이곳(롯데백화점 앞 광장)은 옛 통진당 잔재들이 노동단체, 좌익단체들과 광란의 촛불잔치를 하는 곳”이라며 “여기서 태극기를 들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고, 이 자리에 서서 애국집회를 하는 것이 울산 시민들에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집회를 이끄는 핵심세력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한민국을 적(북한)과 통일시키려는 것”이라며 “촛불집회의 본질을 모른 채 동참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국회의원들에 대해 “촛불과 언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 “집안의 최고 어른인 가장을 갈아치우는 폐륜”이라고 말했다.

비박계 의원을 향해서는 “배신자”로 규정했고, 지난해 새누리당을 탈당한 강길부(울주군) 의원에 대해서도 수위 높게 비난했다. 그는 “배신의 정치를 하는 이들에게 내일은 없다”며 과격한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산업수도 울산에서 어떻게 종북세력에 국회의원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느냐”며 시민들을 향해 “부끄럽지 않느냐”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의 비난은 국회의원, 언론 등 어느 곳도 가리지 않았다. “태블릿PC를 조작보도한 손석희 JTBC 사장은 내란음모죄”라거나 “국회 위에 검찰, 검찰 위에 언론, 그 위에 광화문의 좌빨이 있다”며 근거 없는 비난을 퍼붓기도 했고, “말을 듣지 않는 자식세대는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며 세대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백화점을 오가는 시민들은 집회를 흘낏 쳐다보고서는 고개를 절래절래 가로저었다. 아이들의 귀를 막으며 걸음을 재촉하는 이도 있었다. 호기심에 먼 발치에서 집회를 지켜보다 과격한 발언들이 튀어나올 때마다 혀를 내두르는 이들도 있었다. 

본행사를 마친 이들은 남구 삼산동과 달동 일대 행진을 이어갔는데, 시민들의 반응은 갈수록 날카로워졌다. 행진 대열을 향해 신경질적인 경적을 울리기도 했고, 삿대질과 욕설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 집회는 오후 6시께 모두 마무리됐고, 다행히 당초 우려됐던 촛불집회와의 충돌은 없었다. 시민들의 호응을 보고 앞으로 집회 계획을 세우겠다던 이들의 맞불집회는 이날 일회성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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