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을 쥐고 묵찌빠 하는 파도
무채를 쓴다, 뜨거워 부끄럽던 치부
참지 못하고 분출한 화산암
엇갈린 응어리를 기둥 모양 가지런하게
자른다, 강동바다는 바람의 칼날을 세워
바닷물에 깍두기를 담는다
소금 바람도 바다 향해 절여달라고
비로소 쟁반에 담아놓은 무채를 본다
아직 섞어 버무리지 못한 하늘
한 점 구름도 없이 안개비가 내리겠느냐
수평선 이르는 길은 아직 발효하지 못하고
엎치락뒤치락 꿈만 잘려나간 변두리쯤
언제 살아온 날 곰삭아서 품을 수 있느냐
온몸 잘려서 바닷물에 간을 하고
누워본 적이 있느냐, 가위 내어도
손바닥 가리고 김치가 되기는 이르다
주먹 내는 파도마저 삭힐 때까지

 

◆詩이야기 : 여가를 틈타 강동주상절리를 찾는다. 가까운 곳에 절경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바다를 향해 가지런하게 놓인 바위 모습은 큰 접시에 담아놓은 무채 같다. 안개비 내리고 문득 짠 바닷물에 발효할 수 없는 깍두기를 연상한다. 스스로 어린이가 돼 파도와 맞서서 가위 바위 보를 한다.
◆약력 : 혜관(慧觀) 이상태 시인은 ‘현대시조’, ‘시와비평’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사랑 갈무리’, ‘바다가 그리운 날’이 있다. 종합문예지 ‘두레문학’ 발행인, 울산문인협회 회원이다. 제13회 울산문학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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