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화 학부모(울산 북구)

양력으로도, 음력으로도 묵은 해를 다 보내고 입춘도 지난 2017년 2월이 깊어간다. 

학교 현장에서는 시차를 두고 ‘졸업생’들을 보내고, ‘신입생’과 ‘새 학년’을 맞을 준비에 분주할 것이다. 일 년 중 날수가 가장 적은 달이지만, 졸업과 새 학년, 새 출발을 하게 될 이들에겐 결코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 2월이기도 하다. 

그런 요즘, 설렘과 기대 혹은 불안과 고민을 앞둔 이들에게 내 마음을 전해 줄 작은 선물로 뭐가 좋을까를 생각해 봤지만 딱히 와 닿는 게 없어, 여러 날을 그냥 보냈다. 

그러던 중에 시내 한 서점 근처에서 지인을 만날 약속이 생겼다. 약속 시간이 한 30분 정도가 남았기에 오래간만에 서점 안을 목적없이 서성이게 됐다. 웬만한 책이나 아이들의 참고 서적은 인터넷으로 다 주문을 해서 큰맘을 먹지 않고서는 서점에 책을 사러 갈 일이 좀체 없었던 터였다. 

하지만 서점에서 보낸 30여 분 동안 며칠을 고민해 오던 답들을 찾을 수 있었다. 

선물을 주는 마음과 받는 마음이 같지는 않겠지만, 내가 기꺼이 찾은 책의 한 문장 혹은 한 페이지에 예쁜 꼬리표를 달아 전해주리라 맘을 먹었다. 빳빳한 새 책으로 전하는 것도 괜찮지만,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을 책이 대신 말할 수 있도록 전하는 것도 멋진 일이라 희망하면서 몇 권의 책을 사들고 느지막이 집에 돌아왔다. 

평소와 달리 내 눈길이 간 곳은 먼지 앉은 우리 집 책장이었다. 대학 입학식 날 아버지가 주신 용돈으로 제일 먼저 산 영영사전부터 젊은 날의 고민을 다 안고 있는 듯한 시집들, 그리고 미처 다 읽지 못하고 이리저리 접어서 꼬깃한 페이지를 가진 책들이 새삼 다시 눈에 들어왔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오는 동안에 겪어 낸 여러 가지 일들로 때로는 힘에 부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를 잡아 준 것은 다름 아닌 그 책장 속의 책들이 내게 건넸던 말들이었음을 비로소 알게 됐다. 

 많고 많은 책들 중에 나에게 의미 있는 한 권의 책을 찾아 가진다는 건 분명 축복이리라. 인간 뇌의 100%를 다 쓸 수 있다면 5억 권의 책을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수많은 책들이 살아가는데 다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 내가 읽어보고 소중하게 건넨 책 한권이, 시집 한 권이 누군가의 인생이라는 긴긴 여정에 길잡이가 돼 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과한 욕심일까. 졸업과 새 출발을 앞둔 많은 이들에게 소중한 마음을 한 권의 책으로 전하면 어떨까. 

올 해는 마침 울산시교육청이 ‘책 읽기 문화 확산'의 원년으로 정한 해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의 인성교육과 학력의 가장 기본이 되는 독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4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책읽는 학생, 책읽는 울산만들기’ 소식을 반가운 마음으로 들었다. 

시교육청이 4개 공공도서관 (울산중부·남부·동부·울주도서관)과 공동으로 ‘도서관과 함께하는 행복 독서 운동’ 사업과 함께할 ‘올해의 책’ 최종 후보도서가 추려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초등학생(저학년·고학년), 중학생, 고등학생 및 성인 부문별 3권씩 총 15권의 후보도서에 대한 시민선호도 조사가 오는 22일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울산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고 하니,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공공도서관에 들러볼 참이다. 

책을 사랑하는 울산 시민이자 독서 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학부모의 한사람으로서 ‘내가 좋아하는 책’에 스티커를 붙여 놓고 올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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