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중에 ‘이제 봄이 왔구나’라고 생각케 하는 꽃이 영춘화(迎春花)다. ‘일찍 피어 봄을 맞이하는 꽃’이다. 영춘화는 개나리와 비슷하게 노란 꽃이 피고 잎 보다 먼저 꽃이 피는 것도 똑같다. 자라는 모양이나 크기가 비슷해 멀리서 보면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았다. 하지만 개나리보다 보름쯤 먼저 피고, 꽃 잎이 대개 6개로 갈라지는 것이 다르다. 개나리는 꽃잎이 4개로 갈라지는 꽃이다.

기자들에게 ‘달력 기사’라는게 있다. 매년 일정한 시기에 반복해서 벌어지는 일이나 발표를 보도하는 기사다. 비교적 취재도 쉬운 편이다. 이전 기사를 참조해 숫자를 고치고, 상황만 일부 반영하면 되기 때문이다. 봄꽃 개화시기를 알리는 기사가 대표적인 ‘달력 기사’다. 벚꽃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진해 주재기자는 작년에 찍은 벚꽃사진을 쓰기도 한다.

올해 벚꽃 개화시기는 평년보다 2∼5일 정도 빠를 것이라고 한다. 울산은 3월 29일이나 30일께 개화해 4월 초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진해 여좌천 3월 26일, 하동 쌍계사 십리벚꽃길 3월 30일, 경주 보문관광단지 4월 1일, 청주 무심천변 4월 4일, 서울 여의도 윤중로 4월 6일 등이다. 기상청이  개화를 예보했으나 작년 부터는 민간기상업체가 대신한다.

계절을 앓고 나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감기라고 한다. 당시의 더위와 추위는 잊혔다가, 다시 여름이 겨울이 돼서야 사실로 되살아난다. 꽃 소식에 잊었던 봄이 오고 있음을 다시 기억하게 된다.

바둑에서는 ‘악수는 절대 두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인생은 다르다. 악수인지 알면서도 그 곳에 놓아야 할 때가 있다. 상황이 그럴 수 밖에 없을때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다. 봄을 알리는 화신(花信) 역시 추위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어김없이 전해온다. 어느해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앞길에도 벚꽃처럼 화사한 봄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내 몸과 마음이 봄을 맞이할 준비가 아직 안 돼 있다면, 그 어떤 봄이 와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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