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하 극작가·연출가

# K형, 연분홍 꽃잎이 겹으로 펼쳐진 홍매화를 바라봅니다. 봄은 그렇게 우리 곁에 수줍은 듯 다가왔습니다. 묵은 생명들이 흘러가고 새 생명이 첫 선을 보이는 봄은 꽃들이 노래하는 희망입니다. 비가 내리고 새싹이 트는 우수와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는 경칩이나 낮이 길어진다는 춘분의 표현도 봄의 생명성입니다. 지난봄에도 꽃이 피었지만 새봄의 꽃은 거듭 새롭게 다가옵니다. 

# 봄은 기나긴 겨울동안 음의 기운을 머금은 예술이 들꽃처럼 피어나는 계절입니다. 산등성이를 타고 넘는 봄바람이 어깨춤으로 흐르는 신명처럼 봄의 기운은 희망을 전해줍니다. 예술이 자연을 재창조한다는 뜻도 봄의 기운이 창조의 기운을 머금고 있기 때문입니다. 

# K형, 울산문화예술회관에도 새로운 봄꽃들이 활짝 피어나고 있습니다. 문예회관 곳곳에 피어나는 자연의 꽃들과 함께 전시장과 공연장에도 예술의 꽃들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 봄꽃들 가운데 문화도시 울산의 뿌리인 지역「원로작가 초대전」은 또 다른 봄의 미를 전해줍니다. 22일부터 27일까지 6일간 전시장 전관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흑과 백을 주제로 펼쳐집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펼쳐온 홍양원 사진작가와  서예작가인 이영상화백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 “흑백은 이 시대의 색이기보다 기억과 추억을 표현하는 흘러간 색이다” 는 홍양원작가의 작품에는 아련한 그리움의 생명성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영상화백의 서예작품에는 묵향의 향기와 더불어 현대인의 지친 마음의 위로가 되는 아름다운 서체가 미로 승화되어 있습니다. 예술은 어렵지 않습니다. 왜 사느냐고 물으면 그냥 웃는 것처럼 솔직하고 편안하게 예술을 만나면 됩니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이 새로운 봄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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