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5일 울산시 울주군 반천현대아파트 주차장에 폭우로 물이 들어차면서 주차 차량들이 물 위에 떠있다. [독자 제공=연합뉴스]

침수원인 진단에 주민의견 수렴 생략·수문 설치 건의 묵살
수자원공사 “아파트 수해 원인 대암댐 아니다” 단정
비상여수로 차수벽 설치 요구엔 “울산시 관리권” 선긋기
울산시·의회, 국토부 등에 수문설치 건의 6개월째 묵묵부답

 

지난해 10월 5일 울산시 울주군 반천현대아파트 주차장에 폭우로 물이 들어차면서 주차 차량들이 물 위에 떠있다. [독자 제공=연합뉴스]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 때 물폭탄을 맞은 울산 울주군 언양 반천현대아파트 주민들이 수해 재발 방지를 약속해달라며 13일로 191일째 거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애초 한국수자원공사 울산권관리단을 상대로 시작된 농성은 최근 울산시와 울주군으로까지 확대됐지만 주민들은 어느 누구한테서도 속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울주군은 침수 원인이라도 진단해보겠다며 용역 추진에 나섰지만 수해 주민들의 의견을 구하는 절차를 생략한 탓에 ‘의도적’이라는 의혹만 키웠다.

애초 울산시와 시의회는 정부 각 부처와 관련기관에 ‘회야댐과 대암댐에 수문을 설치해 홍수조절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어디서도 이 문제를 검토하지 않아 사실상 묵살됐다.  

◆수해 주민들 뭘 요구하나

반천현대아파트는 태풍 ‘차바’로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 600여대가 침수되고 차를 빼러 나간 주민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의 요구사항은 크게 3가지다. 대암댐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하는 하류지역 주민들의 형편을 감안해 ‘대암댐 수문 설치를 검토해달라’, ‘대암댐 비상여수로에 따른 피해를 막아줄 차수벽을 설치해달라’, ‘재난 대피방송을 할 때 아파트 방송시설과 연동시켜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재난대피 방송과 관련된 부분만 한국수자원공사가 대책을 세워주기로 했을 뿐, 나머지 문제에 대한 답변은 누구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100억 원대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다. 다만 누구를 소송 상대로 할 건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이병환 비대위원장은 “대암댐에 수문이 없어 홍수조절 능력이 없는 것도 문제였지만, 비상여수로에서 흐르는 물살이 너무 세서 우리 아파트쪽 제방을 쳐 물폭탄으로 작용된 것”이라며 “반천현대 998세대 중에 720세대가 손배소송에 동참하기로 했고, 집단소송에 필요한 5,000만원도 이미 마련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수해 재발 방지, 누구 손가락 걸어야 하나 

문제는 191일째 농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누구도 수해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울산권관리단은 “대암댐 수문 설치 여부 역시 국토교통부가 종합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며 “차수벽은 비상여수로 출구쪽 하천지점에 설치해야 하는데 하천 관리권은 울산시”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차바 당시 측정된 대암댐 유량은 1,100cms였던 반면, 대암댐 상류와 태화강 하천에서 흘러넘친 유량이 1,800cms로 훨씬 많았다”면서 “반천현대아파트 수해 원인이 대암댐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울산시 시민안전실은 “‘차바’ 직후 국토교통부에 댐 수문 설치 여부를 건의한 상태고, 국토부가 댐 수문 설치와 하천기본계획 관련 용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결과를 지켜보고 수해대책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댐 수문 설치” 건의 묵살, 상황 파악은 되나     

앞서 김기현 울산시장은 ‘차바’ 직후 국토교통부 차관과 만난 자리에서나 당시 새누리당과의 당정협의 때 “회야댐과 대암댐은 자연월류식 구조라 홍수조절 능력이 없기 때문에 수문을 설치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울산시의회는 시의회대로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에 공문을 보내 같은 취지의 요구를 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댐 수문 설치에 대한 검토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 ‘울산 태화강·포항 형상강 권역 하천기본계획’과 ‘낙동강권역 확률 홍수량’을 위한 용역을 각각 발주할 계획이다.

당초 울산시나 한국수자원공사 울산권관리단은 이 용역에서 댐 수문 설치 여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조만간 발주할 두 용역의 과업에 댐 수문 설치에 대한 검토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울주군이 추진하려는 ‘반천현대아파트 일원 수해영향분석’ 용역의 과업에도 댐 수문 설치 여부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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