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택
청솔초 학부모

해마다 5월이면 가족의 달을 맞아 분주하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 이어 스승의 날이 한꺼번에 이어진다. 그러나 올해는 스승의 날에 대한 감회가 유난히 새롭다. 

수년 전부터 학생의 인권을 말하며 학생의 인권이 자라는 만큼 교권도 자라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교사와 학부형, 심지어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자판기 커피 한잔조차 오해의 소지가 될까 염려하는 교사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혹자는 커피 한 잔 에 무슨 의미가 있어 선생들을 의심하겠냐고 말하며 교권과 연관을 애써 무시하려 한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단순히 커피 한 잔이나 김영란법 자체로 인한 교권의 추락을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교권 추락의 아주 작은 모습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 만난 교사들은 스승의 날에 대한 언급조차 피하려 한다. 스승의 날에 대한 감회를 물어보면 교사들은 말하기조차 두렵다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친다. 

교사들이 조심스럽게 털어놓은 이야기들은 충격적이다. 조용히 하라는 교사의 지시에 “때려봐. 때려봐”라며 비웃듯 말하며 소란 행위를 그치지 않던 제자와 학생의 준비물을 부탁하는 교사에게 너나 잘하라는 식으로 막말을 하던 학부모의 사례를 말하는 교사들의 눈에는 그저 회한만이 어렸다. 

모든 교사들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항상 학생들과 학부형들을 대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필자가 만난 대다수의 교사들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A 초등학교에서는 부족한 예산에도 제자들에게 최고, 최선의 것을 주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던 독서토론 선생님을 만났다. B 초등학교에서는 교통사고 다발 지역을 지나는 제자들이 걱정되어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여 등굣길을 지키던 늙으신 선생님의 힘찬 교통 신호 깃발도 보았다. D 중학교에서는 수학교사로서 문제풀이에만 매몰되는 제자들을 위해 수학문화축제를 기획하고 퇴근 시간이 지나서도 아이들과 토의하고 연구하며 전국을 안방처럼 누비는 수석교사도 만났다. 

이제 우리 사회는 교사들에게 자신의 자리에 알맞은 권위를 돌려주어야 한다. 제자들과 학부모에게 군림하는 교사들의 권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소명에 최선을 다하는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위는 존경인 것이다.  

더 이상 고개 숙인 스승들이 없도록 학부형을 비롯한 우리 사회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