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미
취재1팀

‘아이 맡긴 죄인’이란 말이 있다.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의 입장이다. 혹여나 내 아이가 밉보이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것이다.

최근 울산지역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어린이집 등원을 강하게 거부했다.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떼쓰는 아이를 보자마자 어린이집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부모와 떨어져 있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라 여긴다고 한다. 다만 그것이 반복될수록 부모는 불안해진다.

어린이집의 CCTV 열람을 요청할 때까지 대부분의 부모는 수없이 많은 고민을 거친다. 그런데 이를 두고 어린이집과 갈등을 빚으면 우려가 점차 확신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갈등은 감정적으로 부딪히기도 한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의 본 취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CCTV에 녹화될 수 있단 것만으로도 교사는 아이를 보다 신중하게 훈육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다.

그렇게 울산지역 881곳 어린이집이 CCTV를 설치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설치만’ 됐다. 설치된 CCTV를 법에 따라 열람할 수 있도록 했을 뿐이다. 새로운 갈등의 중심이 된 CCTV 열람을 해당 학부모와 어린이집에만 맡겨둔 것이다. 지자체나 경찰은 늘 그 갈등이 터져 나왔을 때만 개입했다. 사실상 법이 정한 가장 최소한의 역할만 한 것이다.

누군가는 학대가 의심되면 스스로 키우면 될 게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누군가는 다른 어린이집을 보내면 된다고 가벼이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은 사회다. 단정적인 말이겠지만, 맞벌이부부로 살아내야만 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이다. 쏟아지는 저출산 대책에도 아이를 키우기 힘든 구조를 만든 것은 사회다.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아이에게 가능한 한 최대한의 애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마을이다. 울타리만 둘러놓은 마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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