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6,499동중 121개동만 점검
20층 이상 고층 808동 제외
“피난안전구역 설치 건축법 개정을”

영국 런던에서 24층 아파트가 불길에 휩싸여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울산지역 고층아파트들의 안전문제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15일 국민안전처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30층 이상의 고층건축물 3,226곳에 대해 화재예방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소방시설, 피난·방화설비, 건축외장재, 가스·전기설비 등이 규정에 맞게 갖춰지고 운영되고 있는지 등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피게 된다.
문제는 30층 이상 고층건물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2016년 12월말 기준 울산시 공동주택 현황을 보면 전체 4,005단지 6,499동에 27만8,507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이중 국민안전처의 점검대상이 되는 공동주택은 중구 8, 남구 30, 동구 33, 북구 50개 등 121개 동이 전부다. 나머지 20층 이상 아파트 808동은 점검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런던에서 불이난 아파트 규모가 24층 건물인데다 현재 국내에 도입돼 있는 고가사다리가 70m 높이(아파트 20~25층 정도)까지 전개가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울산시민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중구의 한 아파트 주민 A씨는 “뉴스를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리 아파트도 연식이 오래 돼 소방시설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우려스럽기만 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층수에 관계없이 대대적인 점검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아파트 점검뿐만 아니라 건축법도 손을 봐야 한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지난 2012년 3월 건축법 개정 시행령에 따르면 50층 이상, 높이 200m 이상 초고층건물은 30층마다 피난 안전구역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울산에서 이 같은 법의 적용을 받는 공동주택은 중구에 위치한 태화강엑소디움 뿐이다. 40층이 넘는 태화강엑슬루타워나, 마제스타워, 롯데캐슬스카이 등은 규정의 대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제도와 법규정 외에 안전의식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가 고층 건물신축에 대해 재난 발생 시 피난·대피방법 등을 사전에 평가하도록 하는 제2차 건축정책 기본계획‘을 확정하는 등 관련 대책은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안전의식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는 평가다.
올해 2월 경기 화성시 동탄 메타폴리스 단지 내 4층짜리 부속 상가 건물에서 불이나 4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소방재난본부가 불시 점검을 벌였는데 4곳 가운데 1곳은 화재에 대비한 안전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번 국민안전점검에서도 어떤 결과가 나오냐에 따라 다시 한번 안전의식을 측정해 볼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으로 관계당국은 보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번 점검이 30층 고층건물로 한정하고 있지만 필요성에 따라 관계부서에서 협의를 거쳐 지자체의 자발적 점검도 염두해 두고 있다”며 “이번 런던 사고가 건물 관리자들이나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