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식
울산광역시선관위 홍보과장

제1공화국은 1948년 8월 15일 정부수립 이후부터 1960년 4·19혁명으로 6월 15일 제2공화국이 탄생하기까지 존속됐던 한국 역사상 최초의 공화헌정체제로서 대통령은 이승만이었고, 자유당 정권시절이다.

제2공화국은 4·19혁명 이후 1960년 6월 15일 개정헌법이 통과되어 6월 23일 새 선거법이 제정돼 8월 12일 민의원·참의원 합동회의에서 대통령에 윤보선, 국무총리에 장면이 선출된 민주당 정권시절이며, 1차내각이 이뤄진 때로부터 1961년 5·16군사정변이 일어나기까지 존속된 한국의 두번째 공화헌정체제이다.

이승만정부의 제1공화국과 장면정부의 제2공화국을 정당역사상 동일시기로 묶는 데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 있지만 두 정부 모두 한국사회의 정치 경제사회적 기반이 허약하고 국민의 정치적 의식수준도 낮았던 시절이므로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제1공화국 시절 정당들은 건국 초기의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사회주의 이념이 혼재돼 여러 군소정당들이 부침했으나 주력정당은 ‘자유당’과 ‘민주당’으로 대별된다. 

구체적으로 이승만 대통령은 정당무용론을 버리고 자신의 친위세력을 형성할 목적으로 1951년 8·15경축사에서 신당조직의 필요성을 역설해 그 해에 자유당을 창당하고 지지세력을 결집한 결과 정당정치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이때 부산에서도 ‘자유당발기인대회’가 개최됨으로써 이승만을 당수로 추대하는 2개의 자유당이 거의 동시에 창당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자유당이 1954년 초대 대통령 중임제한 철폐 개헌안을 ‘사사오입’이란 변칙논리를 적용해 통과시킨 이후, 그 반대새력들이 뭉쳐서 민주당을 창당하고 내각책임제를 주창하면서 대립했다.

제1공화국은 건국 초기의 국가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혼란 속에서 동족상잔의 6·25전쟁을 겪고 전후복구와 국가체제 정비라는 시급하고 중차대한 난제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이승만을 중심으로 하는 집권당은 집권초기에 전후복구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장기집권에 더 집착하는 양태를 보여줬다.

구체적으로 그들은  정·부통령 직선제 개헌을 위한 국회의원 감금·협박 및 땃벌떼·백골단·민족자결단 등 정체불명의 단체를 동원하여 국회해산을 요구했고, ‘발췌개헌안’ 통과를 위한 계엄령 선포, ‘제주도폭동’과 ‘여수 ·순천사건’에 이어 ‘김구 암살사건’, 그리고 1960년 3·15부정선거에서 저지른 4할 사전투표와 관권의 개입, 4·18고려대학생 데모대 습격과 4·19데모대를 폭도로 규정하여 발포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완전히 배척당했으며, 그 결과 제1공화국은  무너졌다.
장면정부의 제2공화국은 4·19혁명 이후 이승만정권이 물러나자 헌법을 개정하기 이전부터 그 주도세력이었던 민주당이 의원내각제(議院內閣制)로 개헌하고 1960년 국회의원총선거에서 압승하면서 탄생했다. 

하지만 공천과정에서부터 대두된 신·구파간의 권력싸움은 구파의 윤보선 대통령, 신파의 장면 총리를 중심으로 계속돼 마침내 구파가 신민당 결성을 선언하는 등 갈지자 걸음을 걷고 있었다. 또한 혁명의 주도세력이었던 학생들과 재야지식인들은 권력 문제에 접근할 대표성이 없었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데모를 통한 요구들만 분출했다. 

구체적으로 신구파의 갈등을 봉합시키고자 신구파수장들의 강제화합을 시도했고, 3·15부정선거 원흉과 부정축재자들 처리문제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자 4·19의거에서 부상당한 학생들을 앞장세워 국회의사당으로 난입했다. 하지만 민주당정권은 아무런 제지도 하지 못했다. 우리에게 정권을 준게 바로 저들인 데 어떻게, 무슨 조치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즉, 민주당 정권은 내부분열로 시간을 축내고 있었고, 대중들은 조급하게 개혁을 요구하며 데모를 벌이면서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요구했다. 게다가 시급한 것은 과거청산만이 아니었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93달러로 경제는 파탄일보직전이었다. 대중들은 민주주의와 함께 따뜻한 밥을 달라고 동시에 요구했던 것이다.

결국  민주당 정권은 대중의 높은 정치적 욕구와 경제난을 동시에 해결하지 못하고 표류하다가 집권 9개월만에 5·16군사정변으로 무너져버렸다. 이처럼 정권은 국민을 외면하면 무너진다는 교훈이 일찍이 우리에게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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