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주(漂周)
닿을 땅은 지척인데
닿기까지는 건곤일야부(乾坤日夜浮)*이듯
끊임없이 허공에서 맴돈다
낙화가 서러워서 일까?
저무는 절기가 아쉬워서 일까?
황진이 매화 시 보다 애절하다
어느새 입춘 지나니
경칩 다가서는 이월에
매화 꽃잎처럼
시심 몇 편 건지는
떠돌이
유람을 하고 싶어진다
*‘하늘과 땅은 밤낮으로 물 위에 떠 있다’는 두보의 〈등악양루〉 시 인용구

표주(漂周)는 도가(道家)의 진정한 제자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한 과정을 뜻한다. 이는 불가에서 말하는 만행(萬行)과도 같다. 어지러운 강호(세상) 속에 흘러드는 일. 신분, 혹은 그 무엇도 내려놓고 오로지 무위자연(無爲自然)에 기대며 떠돌이 삶을 통해 참 나(我)를 찾는 것이다. 시대가 수상하면 자연을 벗해 정처 없이 떠나고픈 심사가 다분히 드는 것이 인간이다. 이 세상을 다녀가며 무엇을 배우고 느꼈다 하겠는가, 나는.
●시인·수필가 한석근(韓石根·1942년~ ). 울산 출생. 부산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월간문학(수필), 시대문학(시)으로 등단. 수필집 『슬픔은 강물 위에 노을 지고』 외, 시집 『향기 술래잡기』 외, 저서 15권 출간. 동포문학상, 한국수필문학상, 영호남수필문학상, 새한국문학상, 울산시문학상, 국제PEN문학상 등 수상. 한국문인협회, 국제펜문학회. 울산문인협회, 울산중구문학회 회원. 울산청화문학회장, 울산시인협회장 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