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출입구 3곳에 저지선
발전지부 간부 15명 이사회장 배치
서생면 주민 400여명 정문앞서 집회
사장 면담 요구 과정 격한 몸싸움도

 

13일 오후 한수원 경주 본사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결정을 내릴 이사진 중 비상임 이사들이 본관 진입을 시도하다 노조에 막히고 있다. 이날 김병기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위원장이 입장하려는 이사들을 가로 막고 '탈원전 정책 졸속 추진 비난 성명서'를 읽은 후 돌아서고 있다. (울산매일 디지털미디어국)

“이사 중 단 한 명이라도 발을 들여놓으면 이사회장을 점거하라.”

김병기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위원장이 이사회 개최 시간이 임박한 시점에서 노조원들에게 내린 지침이다.     

13일 신고리5·6호기 공사 일시중단을 결정하는 이사회가 열리기로 한 한수원 경주 본사는 이른 아침부터 팽팽한 전운이 감돌았다. 

건물 안팎 곳곳에는 공사 중단을 반대하는 피켓과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내걸려 있었다. 

한수원 본사로 출입하는 정문은 아예 폐쇄됐고, 이사회장이 마련된 광명이세관(본관) 건물로 들어가는 3개의 입구도 경찰에 의해 출입이 통제됐다.  

이날 한수원에 배치된 경찰은 10개 중대 800여 명 규모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삼엄한 경비에 나섰다.

건물 안 곳곳에는 한수원 노조원 150여명은 본관 지하주차장을 원천봉쇄했고, 1층 정문쪽 로비와 옆문, 후문 등 출입구 3곳에도 노조원들을 배치해 저지선을 구축했다. 

최대 전방은 이사회장이 마련된 광명이세관(본관) 11층. 한수원 중앙노조 산하 발전지부 간부 15명은 이날 오전 6시부터 11층 이사회장을 지키고 섰고, 한수원 특수경비도 배치된 상태였다.  
이날의 긴장감은 오후 1시 울산 울주군 서생면 주민을 태운 버스 9대가 한수원에 도착하면서 더욱 고조됐다. 400여명의 주민들은 한수원 정문 앞에서 집회를 갖고 “공사 중단이 결정되면 이사들은 각오하라”, “신고리 공사 재개 자신 없으면 한수원 사장은 퇴진하라”고 소리쳤다. 

주민 대표들이 이관섭 한수원 사장의 면담을 요구하는 과정에 충돌도 발생했다. 주민 대표들은 한수원 사장과의 면담이 지연되자 본관 건물 진입을 시도했고, 이를 막아서는 경찰과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수원 노조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 국책 사업의 중단은 신중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사회가 원전 건설 중단을 결정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노조는 이사회에서 공사 중단이 결정되면 의결 무효 또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선포한 상태다. 

한수원과 전국전력노조 등 국내 20여개 전력 공기업 노조도 유인물을 내고 “법적 근거가 없는 초(탈)법적인 국가행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노조는 “탈원전 정책은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며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3개월의 짧은 시간에 토론을 통한 배심원단 결정에 맡기겠다는 것은 정부의 부담 회피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사회 전반에 걸쳐 심도 있는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