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해청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서부지사장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2015년 82.1세(세계 11위)로 많이 늘어났으며,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전체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2015년 654만 명(12.8%)에서 2025년 1,051만 명(20.0%), 2030년 1,296만 명(24.5%)로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보건대학 연구진의 ‘OECD 35개 회원국의 2030년 출생자 평균 기대수명에 관한 조사연구 결과’에 의하면 “2030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여성 90.82세, 남성 84.07세로 남녀 모두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고,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큰 폭으로 늘어난 요인으로는 교육과 의료기술, 영양 수준 등을 꼽았으며, 한국인의 비만율·흡연율·고혈압 유병률 등이 낮은 점과 높은 의료기술과 의료시설 접근성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많이 늘어난다는 반가운 소식에도 불구하고 준비 없이 맞이하는 장수가 축복일 수 없는 우려되는 현상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산업화 속에서 핵가족화가 급격하게 확산돼 노인 단독 또는 노인부부만으로 구성된 가정이 증가하고 있고, 노인층 인구가 많이 늘어나면서 노화에 따른 건강 문제, 퇴직과 실업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역할 상실에 따른 고독감 등 사회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49.6%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노인자살률도 10만 명당 80.1명으로 OECD 평균(20.9명)보다 4배나 높다고 하며, 2015년 한 해 동안 40세 이상 성인이 사망 직전 1년간 쓴 평균 의료비는 1,595만원으로 월평균 133만원을 썼으며, 2016년 가구당 월평균 10만4,000원을 보험료로 부담하고 18만4,000원의 보험급여를 받아 보험료 부담 대비 1.8배의 혜택을 보았고, 특히 60세 이상은 2.6배의 혜택을 보는 것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에 발표했다. 
이러한 수치들은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 지출이 크게 늘어나는 반면에 대비는 충분히 돼 있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들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예견하고 이미 오래전부터 저출산 극복과 노인 문제 해결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등 다양한 복지정책을 펼쳐왔으며, 의료비 걱정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1977년에 건강보험 제도를 도입하고 1989년에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를 열어 세계에서 가장 단기간에 전 국민 의료보장을 실현한 국가가 됐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건강보험은 고액의 치료비가 드는 암·뇌혈관질환·희귀질환 등 재난적 질환에 대한 보장률을 80%까지 높였고, 저소득층의 병원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본인부담상한제와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등 3대 비급여 등 각종 제도를 개선하고, 임신·출산 관련 건강보험 적용 확대, 장애인보장구 지원 등을 통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료지원을 강화하는 등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해 왔다. 또한, 예방 중심의 건강증진 사업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시행해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혼자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을 대상으로 재가급여와 시설급여 등 다양한 요양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의 든든한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은 저출산·고령화의 심화로 인한 재정 위기 우려와 국민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보장성 확대 등 많은 과제와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수년간 세계에서도 가장 낮은 출산율로 인해 보험료 납부자가 급속히 감소하는 반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노인 의료비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고, 고액 또는 중증질환 관련 보장률은 80%까지 향상됐으나 보편적인 보장률은 60% 초반대의 답보상태로 국민의 기대에 훨씬 못 미쳐 다수의 국민이 비싼 보험료로 인한 가계의 부담을 감수하면서 실손보험 등 민간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국민과 함께할 든든한 건강보험이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항구적 국고지원의 제도화와 지속적인 부과체계 개선을 통한 합리적 수입관리 및 건강보험공단에 의한 효율적이고 일원화된 지출관리 등을 통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하며, 적정한 수준의 보험료 부담을 통해 적정한 급여 수준을 확보하는 ‘적정부담 적정급여’로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민간의료보험에의 의존도를 낮추고 주요 질환에 대한 보장 수준을 높여야 한다.

건강보험은 지난 40년 동안 국민이 변함없는 신뢰와 애정을 쏟으며 키워 온 소중한 우리의 제도이다.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지금부터는 오히려 건강보험이 국민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가꿔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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