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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칼럼] 층간 소음문제 해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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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호현 시인
  • 승인 2017.08.10 22:30
  • 댓글 1

삭막한 삶 살아가는 우리
언제부턴가 이웃과 단절
배려하고 나누며 살아야

 

신호현 시인

얼마 전 뉴스에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아랫집과 윗집이 다투다가 또 살인이 일어났다고 나왔다. 소음에 시달리던 아랫집 사람이 격분해 흉기를 휘둘렀고, 윗집 사람이 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층간 소음은 사람들이 아파트를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이웃 간의 갈등을 불러왔다. 국토교통부가 층간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강화해도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층간 소음 관련 민원 수가 2012년에 8,795건에서 2016년에 1만9,495건으로 늘어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우리 인간은 태어나면서 지닌 절대고독을 해소하기 위해 아무리 생각(Homo sapiens)해 봐도 모여서 사는 선택을 했고, 모여 살다보면 언어(Homo loquens)를 가지고 소통을 해야 했고, 정치(Homo politicus)를 하면서, 이웃 간에 유희(Homo ludens)를 즐기며 살아야 했다. 그런데 모여 살다 보면 이웃 간에 갈등하고 분쟁이 생기게 마련이다. 갈등을 풀 수 없어 싸우고 죽이려면 차라리 물소리 새소리 들리는 조용한 산 속에 들어가 평온하게 살아야 한다. 

농경사회에서 힘든 일을 하거나 관혼상제를 치루다 보면 혼자서는 도저히 살 수 없어 이웃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았다. 그러려면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면서 살아야 했다. 그런데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이웃 간에 소통이 안 되기에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누가 죽었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삶을 살고 있다. 이웃 간에 소통을 막는 범인이 ‘아파트’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에 며칠 전 자두 한 박스를 이웃에게 선물로 받았다. 어찌나 달고 맛난지 입 속에서 사르르 녹았다. 윗집에도 주고 아랫집에도 주자고 하는데 어느 새 냉장고로 들어갔다. 또 여행을 하다가 산지에서 토마토 한 박스를 사니 어찌나 맛있던지 이웃에 나누자 했는데 또 냉장고에 들어갔다. 냉장고에 넣어두면 내일도 먹고 모레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 ‘왜 이웃에 주느냐’는 것이었다. 다시 맛있게 오래도록 먹을 수 있다는 착각 속에 들어간 냉장고에는 떡이며, 옥수수며, 김치며, 과일이 꽉꽉 넘쳐났다. 일반 냉장고가 부족해 김치 냉장고를 사서 두 개 쓰더니 어떤 이는 보관 온도에 따라 야채 과일 냉장고, 화장품 냉장고까지 등장했다.   

문제는 그렇게 들어간 맛난 음식들이 상해서 버려진다는 것이다. 냉장고에 들어간 자두는 그 맛을 잃어 푸석했고, 토마토는 단맛이 변해 가족들 모두 먹지 않아 상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언제부터인가 냉장고 속 음식과의 전쟁이 벌어졌다. 새 음식은 자꾸 들어오는데 새 음식을 먹기보다는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음식을 처치해야 했다. 냄새를 맡아보고 이상하면 음식 쓰레기통에 넣어 버리고, 조금 괜찮다 싶으면 먹어 버려야 했다. 살아 있는 음식 쓰레기통이 되었다.
‘오호라! 이웃 간의 나눔과 소통을 방해한 인류 역사의 패역 죄인은 바로 너 냉장고였구나.’ 냉장고가 없던 옛날에는 음식이 생기면 이웃 간에 나눠 먹으니 싸울 일이 뭐 있으랴. 맛있고 좋은 것을 주고받으니 층간 소음쯤이 뭐 그리 대수랴. ‘위층에서 귀여운 녀석들이 뛰니 내가 산책이라도 다녀오마.’ ‘애들아! 아래층에 어르신 계시니 밖에 놀이터에서 놀다 오렴.’

층간 소음을 해결해 보자고 경찰에 신고해봐도 경고에 그치거나, 인근 소란으로 경범죄처벌법 위반(경범죄처벌법 제3조 1항 21호-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밖에 되지 않는다. 이웃 간에 해결이 어렵다고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의뢰해 조정을 받거나, 필요한 경우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조치를 검토해 보지만 그 또한 신통치 않다. 그러다 보니 손수 해결하려다가 죽음으로 끝내는가 보다.

프랑스의 고전 작가 <라 로슈프코>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상 용서한다.”라고 말했다. 바쁜 현대인으로 살다보니 냉장고 안에 음식이 들어가면 50% 먹기 힘들고 50%는 상해서 버리기 일쑤다. 썩어가는 음식 버리기 아까워 먹으면 맛있고 신선한 음식이기보다는 늘 썩기 직전의 음식 먹어대느라 전쟁이다. 층간 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집 안에 냉장고를 버리는 것이다. 만일 냉장고를 버리지 못한다면 다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고 이웃 간에 나누겠는가. 법보다 강한 힘은 ‘이웃 간에 나누고 배려하는 사랑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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