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국 울산과학대학교 겸임교수.

2015년 교육부는 유치원 유아모집에 관한 사항을 시·도에서 조례로 지정할 수 있게 하는 유아교육법 일부법률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 세종시 등의 시·도의회에서 유치원 유아 모집 조례안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의되는 상황이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교육부는 2016학년도부터 온라인 유치원 유아모집 시스템인 ‘처음학교로’를 도입하여 사립유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충북, 세종시를 시범지역 대상으로 지정하여 시행하려고 하였다. 그의 연장선에서 울산도 올해 들어 시의회 교육위원회 김종래 위원장의 주도로 ‘울산광역시 유치원 유아 모집·선발에 관한 조례안’ 제정이 발의됐다.

출산률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현 시점에 유치원 유아모집에 대한 조례안 제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김 위원장은 유치원 유아모집에 따른 학부모들의 불편과 민원, 그리고 유아모집 업무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하여 조례안을 만들었다는 취지의 설명을 하였고, 공립유치원과 시교육청 관계자는 조례안 제정 시 유아모집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고 단위 유치원들의 업무 경감과 학부모들의 시간적인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찬성을 하는 입장이었다. 

반면 사립유치원 측은 유아모집 시 상대적으로 학비부담이 적은 공립유치원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로 인해 규모가 작은 사립유치원들은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현재 공·사립유치원의 지원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우선사항임을 주장하며 반대의사를 표명하였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조례제정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여 학부모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사립유치원과 일부 학부모 측에서 제기하는 문제점도 있으므로 충분히 검토하여 최적의 시행방안을 마련해 실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 유아모집 조례안의 제정을 추진하면서 교육부와 시교육청에서 내세우는 이유는 일면 타당하고 실제 현장에서 매년 반복되는 문제이다. 해결이 필요한 사안이다. 다만 현장에 내재되어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겉으로 드러난 상처만 치료하게 되면 근원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현장의 혼란은 더 가중될 가능성 많다.

사립유치원은 왜 유아모집·선발 조례안의 제정을 반대하는 것일까? 사립유치원은 유아교육법과 사립학교법에 적용을 받고 있지만 공립유치원과 사립 중·고등학교와는 다른 독특한 법률적 지위의 차이가 있다. 공립유치원은 유아모집 결과에 상관없이 운영에 필요한 모든 재정적 지원을 교육청으로부터 받고 있으며, 사립 중·고등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들을 직접 모집하지 않고 배정받게 된다. 

즉, 공립유치원은 유아모집 결과에 상관없이 운영에 필요한 재정적 부담이 전혀 없으며, 사립 중·고등학교는 재정뿐만 아니라 학생모집에 대한 부담이 없다. 이런 점에 사립유치원과 이들 학교와는 차이가 많다. 사립유치원은 유아모집의 결과와 그에 따른 재정적인 부담은 유치원에서 전적으로 책임진다. 재정이 부족하면 설립자가 부담하는 구조이다. 운영에 필요한 재정확보뿐만 아니라 원활한 재정운영의 필수요소인 유아모집에 대한 모든 책임이 사립유치원에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무한책임을 져야한다. 따라서 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은 유아모집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엄청나게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사립유치원은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그런데 사립유치원 유아모집 권한을 교육청에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책임질 수 없는 영역에 해당하는 권한까지 가져가는 것이다. 

이번 조례안의 제정이유로 유아의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기 위하여 유아 모집·선발에 공정성과 투명성을 기하고자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아의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유아에게 지원되는 교육비부터 균등하여야 한다. 현재 공립·사립에 따라 유아에게 지원되는 교육비가 불평등하다. 이의 해소가 우선이다. 

아울러 유아모집 결과가 사립유치원 존립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상황을 개선하지 않은 채 유아모집의 전반적인 결정 사항을 교육청으로 가져가는 조례제정은 행정권한의 과도한 행사를 조장하는 일을 시의회가 나서서 하는 상황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유아모집·선발에 대한 조례 제정에 앞서 유아교육현장이 안고 있는 불평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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