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체벌 사라져 학생통제 힘든 요즘
교사들의 감정노동 강도 나날이 심해져
자존감 키우기·교단일기 쓰기 등 통해
마음 상처 극복하는 마음건강 길러야

 

 

한강희개운초등학교 교장

급식시간 때 일이다. 2학년생들이 반별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어떤 남자 아이가 앞에 선 아이를 툭 치며 건드린다. 그러자 맞은 아이도 응수한다. 서로 옥신각신 하려는 순간 선생님이 타이르며 제지하자 공격한 아이가 오히려 씩씩거리면서 제자리로 돌아갔다. 상황은 정리됐지만 선생님 표정은 밝지 않다. 여러 방법을 적용하여 지도해도 나아진 게 없어 학부모 상담을 했으나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선생님을 탓 해 속이 상한다고 하소연을 한다. 

이는 모 학급의 예이지만, 근래 들어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 지도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강압과 체벌이 사라진 교실현장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을 통제하는 것이 매우 힘들어졌다. 대다수 학생들은 선생님의 지시에 순응하고 학습활동을 잘하고 있지만, 간혹 한 두 명이 수업분위기를 훼손한다. 쉬는 시간에 담임 선생님 몰래 다른 아이를 괴롭히게 되면 당한 학생의 학부모에게 항의성 전화가 온다. 민원성 전화라 더욱더 신경이 쓰인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마인드로 친절하게 응대해야 하지만, 자칫 잘못 응대하면 일이 점점 커질까봐 불안하기도 한다. 죄책감도 든다. 이런 날 우리 선생님은 맥이 풀리면서 회의감이 든다. 선생님도 감정노동자인 것이다.

감정노동자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으면 어디 감정노동자랴! 특히 교직은 구성조직이 인간관계로 이루어지며, 교육행위 자체가 인간과 인간과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수시로 받을 수 있는데, 이것이 쌓이면 병이 생긴다. 그러므로 이 상처를 이겨낼 수 있는 마음건강이 필요하다.

선생님들의 마음건강을 위한 조언을 필자의 경험과 선행 글을 참고하여 다음과 제시해본다.
첫째,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 선생님 스스로 우리나라, 우리사회의 가장 유능한 자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교직은 전문직이며, 선생님들은 전문가이다. 교직에 들어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였는가를 생각해보라. 내 자신이 자존감이 강할 때 나의 지도를 받는 제자들도 자기효능감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자신은 대한민국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기르는 선택 받은 사람임을 잊지 말자.

둘째, 교단일기를 써 보자. 필자는 교장이 되고나서야 학교경영에 관한 일기를 조금 쓰고 있지만, 만약 초임시절부터 교단일기를 썼다면 살아있는 나만의 교육브랜드 라이브 북을 출간하지 않았을까? 교단일기에는 당일 학급에 있었던 일, 학교의 특색 교육활동, 사안이 발생할 경우 원인, 처리 과정, 결과를 소상하게 기록해 두면, 유사한 일을 처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학교생활은 매년 반복되면서 점진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단일기는 내일의 교육활동에 많은 도움된다.

셋째,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라. 이 젊음은 정신적인 면을 말한다. 육체적 나이는 막을 수 없다. 실제로 건강관리만 잘하면 나이 60에도 학생지도에 큰 어려움은 없다. 그런데 정신이 늙어버린다. 의욕이 떨어지고, 용기와 도전의식이 없어지면서 자신감도 줄어든다. 새로운 시스템에 두려움과 거부감이 생기고 불안해진다. 이 점이 고경력 교사의 핸디캡이다. 교사는 평생 자신보다 어린 사람과 만나는 직업이다. 신규 때 학생과 10여년 차이를 두고 출발한 교직생활은 정년퇴임할 때는 40년 이상 차이로 벌어진다. 이점이 교사만이 갖는 독특한 스트레스다. 그러므로 교사들은 항상 젊음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젊은이들과 의도적으로 어울리면서 새로운 시스템이나 교육에 대한 연구도 하고 학생들의 생활 속을 들여다보면서 그들과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 아울러 육체적 젊음도 함께 유지해야 한다.

날이 갈수록 교사들이 받는 마음 상처는 증가할 것이다. 상처를 상처로 안고 있으면 그 상처는 점점 더 깊어진다. 마음의 상처가 깊어지면 본인의 교직생활은 즐겁지 않으며, 교육의 질도 떨어진다. 또한 육체적 병도 유발할 수 있다. 이 상처를 이겨낼 수 있는 면역이 필요하다. 자존감 갖기, 교단일기쓰기, 젊음 유지로 마음건강을 튼튼히 해야 한다. 마음이 건강하면 아무리 깊은 상처, 큰 상처도 덧나지 않고 잘 아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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