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인터뷰

 

 

내년 2월 전 세계에 환희와 감동을 안길 동계스포츠 대축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개막이 13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다섯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관계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도 가장 숨가쁘게 일정을 소화하는 사람은 아마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68)일 것이다. 지난해 5월 조직위원장에 오른 이후 전국은 물론 전 세계를 돌며 평창올림픽 준비와 알리기에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이 위원장은 "여기 오면서 차를 새로 샀는데 1년 만에 주행거리가 8만km를 넘었더라"고 스스로 혀를 내둘렀다. 평창, 강릉 등 대회가 열릴 강원도 일대와 행사가 잦은 서울, 정부 기관이 모인 세종까지 택시나 화물차 못지 않은 거리를 주파한 것이다. 

해외 출장도 부지기수다. 이 위원장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지겨울 정도로 문자가 온다"면서 "남미나 중동 등 전염병 우려가 있는 국가들을 수시로 드나든 까닭"이라고 귀띔했다. 이 위원장은 지카 바이러스 경계령이 내려졌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지난해 올림픽과 관련해 세 번이나 다녀왔고, 최근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열린 페루 리마를 방문했다. 

추석 연휴에도 조직위는 바쁘게 돌아간다. 이 위원장은 "이미 추석 연휴에 앞서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등에서 평창올림픽 홍보 캠페인이 예정돼 있다"면서 "연휴에도 순번을 정해 업무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이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과 귀성객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런 이 위원장을 만나 약 넉 달 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의 준비 상황을 들어봤다.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지만 동계올림픽 빙상이나 스키 종목처럼 결승점을 앞둔 강력한 스퍼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걸고 전 국민적인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 일문일답. 

 

'명절 잘 보내시고 평창도 기억해주세요' 이희범 조직위원장(왼쪽부터), 도종환 문체부 장관,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지난달 29일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을 대상으로 평창올림픽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는 모습.(사진=평창 조직위)

-평창올림픽이 130여 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준비는 어떻게 돼 가고 있나.
▲경기장은 100% 완료됐다. 그 외적인 부분인 인프라도 거의 다 끝나간다. 선수촌과 미디어 빌리지, 개·폐회식장 건설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양양-동홍천 고속도로 개량공사도 10월 말이면 끝난다. 고속철도도 시운전 중으로 12월 개통된다. 사실상 평창올림픽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하드웨어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경기 운영 등의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이 남은 것 같다.
▲사실 평창올림픽은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렸다. 국정농단이 뻗쳤을 수 있다는 부정적 이미지에 조직위도 흔들렸다. 

하지만 올해 4월까지 26개 테스트 이벤트를 통해 세계 각국 선수들이 완벽하게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 얼음과 눈 등 외적인 조건뿐 아니라 대회 운영도 최상이라는 찬사를 세계 언론도 내렸다.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 반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국민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 때문에 평창올림픽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이 있다.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가 분단된 게 근 70년이다. 그런데도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11월13일 UN 총회에서 평화올림픽 결의안이 채택할 것이다. 대회 기간 110여 명 IOC 위원이 오고 영국 공주, 네덜란드 국왕 등 정상급 인사 20여 명이 온다. 언론인 등 5만여 명이 오는데 안전은 말할 필요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부처간 협의를 통해 여러 차례 강조하는 사안이다. 
 

지난해 12월 강릉빙상장에서 평창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열린 ISU 쇼트트랙 월드컵 경기 모습.(자료사진=평창 조직위)

-다만 국내에서 평창올림픽 붐이 아직은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9월 5일 올림픽 경기에 대한 인터넷 예매가 시작됐는데 양극화 뚜렷하다.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등 인기 종목은 경쟁률이 3~4 대 1이나 된다. 하지만 비인기 종목, 설상 일부 종목과 패럴림픽이 저조하다. 만석 달성은 미국 NBC와 유럽 유로스포츠 등도 관심을 갖더라. 정부는 물론 17개 지자체와 협의하고, 특히 방학을 맞아 시도 교육위원회에도 협조를 구할 것이다. 

-최고 인기 종목인 아이스하키에 북미리그(NHL) 선수들이 오지 못하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일단 NHL 선수 등록이 내년 1월1일이다. 그리고 미국, 캐나다, 러시아 등 강국 선수들은 다 온다. NHL이 아니라도 최상의 선수들이 온다. 아이스하키의 흥행 타격이 40%라고 하던데 경기 티켓은 매진을 향해 가고 있다. 우리 남자 선수들도 1부 리그에 올라 경기장도 강릉 하키 센터로 옮긴다. 여자 선수들도 잘 하기 때문에 흥행이 잘 될 것으로 본다. 

-숙박 문제도 걱정이다. 관중 수용을 다하지 못하는 데다 바가지 요금 우려도 있는데.
▲일단 선수단과 미디어, 경기 운영 인력은 해결이 됐다. 오히려 4500실 여유가 있어 일반에 풀 것이다. 다만 일반 팬들 숙박과 관련해 동계올림픽이라는 점을 이해해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하계올림픽은 대도시에서 열리는 동계 대회는 거의 산간 지역이다. 프랑스 알베르빌,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 등 인구가 수천 명의 소도시였다. 평창은 4만5000명이 사는데 올림픽 기간 5~6만 명이 올 것으로 본다. 그러나 양양, 속초 등 1시간 거리의 도시까지 합하면 숙소 8만2000명 정도를 넉넉하게 수용할 수 있다. 

바가지 요금도 없을 것이다. 소치올림픽 때는 러시아 정부가 동결을 시켰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다만 공급이 충분하다면 가격은 안정될 것이다. 강원도도 숙박정보 앱을 배포할 것이고, 조직위도 해결에 나설 것이다.

-경기장 시설 등의 사후 활용이라는 난제가 있다.
▲IOC는 물론 조직위와 강원도, 평창, 문체부까지 주요 관심사다. 전담 조직을 만들어 논의 중이다. 문제는 경기장의 주인을 찾아주는 것인데 12개 경기장 중 3개가 미정이다. 

2022년 베이징이 동계올림픽을 여는데 주변에 아이스경기장을 500개에서 1500개로 늘린다고 하더라. 그걸 하지 말고 우리 경기장을 이용하라고 하고 싶다. 거리는 모두 베이징에서 2시간 정도다. 최첨단 설비를 갖춘 우리 경기장이 있다. 여기에 동계스포츠의 인기가 동남아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러면 평창으로 여행을 올 것이다. 
 

'동계스포츠 한류?' 이희범 위원장은 평창올림픽 경기장의 사후 활용 방안에 대해 동남아 등 주변국가들의 동계스포츠 관광도 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사진은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당시 모습.(노컷뉴스 자료사진)

-적자 올림픽에 대한 우려도 있다.
▲올림픽을 왜 하는가. 경제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은 경제 효과가 308조 원이라더라.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을 치르고 1967년 OECD에 가입했다. 중국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G2로 성장했다. 우리도 1988년 올림픽 이후 세계로 뻗어갔다. 이번 올림픽에 14조 원이 들어가는데 64조 원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이다. 지역 균형 발전과 코리아 브랜드를 세계로 알리는 효과가 있다. 

-지난해 최순실 사태로 공기업 지원이 다소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올림픽을 왜 정부에 기대느냐, 이런 비판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건 올림픽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올림픽은 국가적인 행사라 공기업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전체 14조 예산 중 11조 3000억 원이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다. 이 중 75%가 국비로 25%가 강원도비로 들어간다. 

올림픽 운영비는 2조8000억 원인데 대부분 경기장과 개폐회식장 건립 등에 쓰인다. 기업 후원과 IOC 지원금, 입장권 수입 등이 3분의 1 정도로 충당된다. 기업 후원 목표를 9400억 원으로 잡았는데 민간 기업에서 96%를 달성했다. 공기업까지 100.2% 목표를 초과 달성했는데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개선됐다. 

-한국 선수단의 성적이 좋아야 흥행도 잘 될 텐데.
▲성적은 경기 흥행의 1순위 요소다. 대한체육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치올림픽 때 우리가 종합 13위였다. 1988 올림픽과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재현해야 한다. 금메달 8개, 전체 메달 20개가 목표인데 선수들이 피땀을 흘려 노력 중이다. 이상이 높아야 결과도 좋다.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재훈 CBS노컷뉴스 체육부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노컷뉴스 자료사진)

-그동안 노력의 결실을 맺을 순간이 다가오는데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1988 서울올림픽에서 160개 국가 참가해 손에 손잡고 하나가 됐다. 우리도 전세계 속으로 나가 OECD 선진국의 계기가 됐다. 이제 30년 만에 다시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동계올림픽으로는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열린다. 국가의 브랜드가 올라가고 IT 최강국을 입증할 것이다. 정부와 조직위, 국민 모두 동참해야 한다. 자존심 걸린 대회인 만큼 아낌없는 지원과 관심을 바란다. 

인터뷰 말미에 이 위원장에게 대회를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괴로웠던 부분을 물었다. 이 위원장은 "5월 조직위에 온 직후 최순실 사태가 터졌다"면서 "하반기 내내 시달렸고 여론의 질타, 의혹의 눈길이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공무원만 37년을 하면서 명예와 자존심 걸고 마지막 봉사를 하기 위해 왔는데 좌절하기도 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그래도 테스트 이벤트를 하면서 회복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도 정신적 스트레스가 육체적 피로보다 힘들었다"면서 "전국, 전 세계를 누비느라 몸은 괴롭지만 마음은 편하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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