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매일 UTV 개국 특별기획-울산연안 오염 ‘사각지대’ 

<4·끝>폐기물에 신음하고 있는 울산 바다

잠수부 동원 공단 내 부두 안벽 인근 수중탐사
철근·콘크리트·H빔·파이프 등으로 뒤덮여
해양청 “폐기물 아냐”…실태파악조차 못해
비용청구할 원인자 못찾아 준설땐 혈세 낭비

울산 연안에 건설된 부두 인근 바다 속에는 각종 공사 중 불법 투기된 것으로 추정되는 폐기물들이 가득해 연안 오염의 또 다른 사각지대임이 확인됐다. 사진은 잠수장면과 바다 속 폐기물 UTV 방송 장면 캡처.

연안을 따라 공장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울산과 온산공단. 이들 공단 주변 사각지대에서 중금속 폐수가 계속 유입되면서 울산 연안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울산 연안을 오염시키는 사각지대는 또 있다. 바로 바다 속이다.

울산의 해안에서는 공단 확장을 위한 대규모 매립공사가 이뤄졌고, 곳곳에 부두가 건설됐다. 그런데 매립과 부두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폐기물이 무단 폐기되어 있어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UTV 현장출동팀이 추석 연휴 전 잠수부와 함께 바다 속으로 직접 들어가 봤다.

취재에 함께 한 잠수부 박상국씨는 인근 연안에서 활동 중인 민간 환경단체 회원으로 그동안 울산, 온산 연안의 매립과 부두 건설 과정을 잘 알고 있었다.

제일 먼저 들어간 바다 속은 울주군 온산공단 내 온산 부두 안벽 인근. 수심 15m가량의 바닥은 폐 철근과 콘크리트 등 건설 폐기물도 뒤덮여있었다. 부식이 진행된 것도 있고 최근에 투기된 것도 보였다. 용접할 때 쓰이는 호스가 다발 채 버려져 있었다. 철재 빔으로 보이는 구조물과 콘크리트 파쇄물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박씨는 “(폐기물이)끝이 없다. 철근 등 산업  폐기물, 한마디로 건재상이다. 고기는 전혀 없다. 생물체도 없다”고 말했다.

이 부두에는 안벽 공사를 한 후 남겨진 것으로 보이는 폐 건축 자재들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바다 속 폐기물은 해양공사 과정에서 나온 건설 폐기물이 버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온산공단 인근의 또 다른 안벽.

아니나 다를까 수심 13m안벽 주변 곳곳에 건축 자재들과 낚시꾼들이 버린 도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잘게 파쇄된 폐 콘크리트도 보였다. 이 곳 바다 속 역시 쓰레기 동산으로 변한지 오래였다.

뱃머리를 돌려 용연공단 쪽 부두 안벽도 확인해 보았다.

수심 8미터 가량의 바다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폐 와이어와 로프, 철 자재들이 폐기되어 있었다. 콘크리트 천공 작업 후 나온 폐기물도 보이고, 대형 H빔 옆에 폐사한 물고기들도 많이 발견됐다.

일부 폐기물의 경우 안벽에 정박하는 선박들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였다.

박씨는 “다이버 생활 30년 가까이 해 봤는데 여기처럼 폐기물이 많은 곳 처음 본다. 와이어 빔 파이프 콘크리트 파쇄물 등 완전 고물상을 방불케 한다. 최하가 10톤, 어림잡아 수십 톤…”

그런데 이 부두는 울산해양수산청이 운영하는 울산 신항 작업 및 관리부두, 일명 모래 부두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4년 완공된 이 부두에서는 현재 해양 생태계 개선을 위한 콘크리트 어초가 제작되고 있다. 공공기관이 건설하고 운영하는 부두 인근의 바다 속에 수십 톤의 폐기물들이 투기되어 있는 것이다.

취재팀이 모래 부두를 건설하고 운영하고 있는 울산해양수산청을 찾아가 부두 관리 실태에 대해 물었다.  

일단 폐기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당연히 연안 오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울산해양수산청 관계자 “(공사 후 시공업자들이)다 수거해서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오염물질은 아니라 혐오 물질이라고 여겨진다”고 밝혔다.

울산해양청은 선박운항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만큼 실태조사를 벌인 후 준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준설 비용을 내야할 원인자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폐기물을 수거하는데 시민들의 혈세를 써야할 판이다.

울산해양청 관계자는 “장애물을 제거해야 하는데 건져내는 비용이 만만찮다. 주인을 찾아 비용을 청구해야 하는데 대개 (원인자들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부두 건설 후 시간이 많이 지난 데다 작업 중 유실된 폐기물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외황강 하류 연안 오염원이 되는 울산 신항과 온산항의 항만 시설만 10km 가량. 이중 국가소유 항만시설은 모두 16곳, 민간 항만시설은 18곳에 이른다.

온갖 폐기물 때문에 바다 생물조차 살기 어려운 항만 시설물 인근 바다 속이 연안오염의 사각지대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정확한 연암오염 원인과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해양청. 바다를 관리하는 해양청이 해양오염에 동참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바다가 오염되고 있지만 책임지는 기관이 없다는 사실, 이것이 우리 바다의 현주소다.

울산 연안 바다 속에 투기된 폐기물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필요할 경우 준설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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