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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칼럼] ‘주민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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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
  • 승인 2017.10.16 22:30
  • 댓글 0

지역 주민은 구정 운영의 길잡이 
생생한 목소리 열린행정 기폭제
머리 맞댈 때 해결 못할 일 없어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

하나의 사건이 본질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할 때가 있다. 때로는 역사를 뒤흔들 만큼 크나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지난 추석연휴 때 영화 ‘남한산성’을 감상한 뒤 새삼 느낀 점이다. 예상했던 대로 영화는 필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인조와 그 신하들이 47일간 남한산성에 고립된 채 벌인 치열한 항전 장면은 참혹했던 역사의 현장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했다. 김훈 작가의 원작 소설만큼이나 격조 있는 비유로 깊이 있는 사유를 이끌어 내면서 흥미를 더했다. 연기력뿐만 아니라 논쟁을 벌이는 두 거물의 대사까지 힘 있는 문체를 고스란히 담아내 비장한 감동을 자아냈다.

지나간 역사에는 가정법이 무의미하다. 그럼에도 선택에 따라 그 운명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의 기로에 서면 문제는 달라질 법도하다. 백성을 사이에 두고 ‘치욕스런 삶’과 ‘아름다운 대의’로 엇갈리는 두 거물의 행보는 현실과 정의에 대한 또 다른 차원의 가치를 화두로 던졌다. 하지만 패배의 역사를 다루면서 필자로 하여금 분노보다 반성의 중요성을 느끼게 한 점은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예나 지금이나 삶은 선택의 몫이요, 명분의 싸움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포기’는 우리에게 비겁함이나 퇴보의 의미로 여겨지지만 ‘반성’은 개선의 의지가 뒤따르면서 변화를 이끈다. 참혹한 전쟁의 고난 속에서도 원망 보다는 희망과 변화를 갈구하는 영화 속 민초들의 속내가 이와 같다고 하겠다. 이들은 소소한 변화가 쌓여 대단한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세상의 이치를 이미 알고 있음이다. 따라서 드러난 현상과 결과만 보고 그 밑바탕에 깔린 참뜻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 보다 불행한 일도 없을 터이다. 

‘겨울이 가면 여느 때처럼 민들레꽃이 피는 봄이 다시 오기 마련’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남한산성’은 끝을 맺는다. 하지만 마냥 참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는 결코 아닐 것이다. 늘 해오던 관습이나 현상 유지에 만족한다면 새로운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필자는 작고 보잘 것 없는 사안도 꾸준히 다듬고 개선해 나가야 더 큰 보람과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내년 예산편성에 앞서 지역의 14개 동을 직접 방문해 주민들의 의견수렴에 나선 것도 이런 마음가짐에서 출발한다. 해마다 연 초에 신년인사차 일선 동을 방문하는 사례는 많지만 이번처럼 예산 편성을 앞두고 주민들과 직접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경우는 우리 남구가 유일하다. 양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는 이유다. 팍팍한 규정이나 예산에 목매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주민들의 불편사항은 그만큼 줄어 들 게 틀림없다. ‘존중과 신뢰’를 기반으로 머리를 맞대면 접점을 찾지 못할 일도 아니라고 본다. 이번 대화의 주제를 ‘주민에게 길을 묻다’로 정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필자는 ‘현장에서 답을 찾는 것’이 우리 남구 행정의 경쟁력이라고 자부한다. ‘구민과의 대화’ 시간에 보여준 주민들의 진지함과 예리함이 이를 뒷받침한다. 평소에 품고 있는 생각들을 술술 풀어 놓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필자는 부담을 느끼기보다 희망을 보았다. ‘지역 주민들이 실제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내년도 예산편성에 적극 반영 해야겠다’는 책임과 함께 각오를 더욱 다지게 됐다.

한 노인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지팡이에 의지해 등불을 들고 걷고 있었다. 앞에서 잰걸음으로 오던 젊은이가 가만히 보니 노인의 걸음이 지나치게 느리고 디뚝거리는 것이 아닌가. 이를 이상하게 여겨 가까이 가서 살펴보았더니 그 노인은 앞 못 보는 소경이었다. 그래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혀를 차며 물었다. “보아하니 앞을 보지 못하는 어르신 같은데 필요도 없는 등불은 왜 들고 다니시지요?” 노인이 답했다. “등불은 나를 위해 들고 다니는 게 아니라우. 내가 등불을 들고 있어야 젊은이처럼 길을 서두르는 사람이 나와 부닥치는 일이 없지 않겠수?”

그렇다. 우리 남구가 지향하는 ‘열린 행정’의 참모습이 이와 다를 바 없다. 주민들의 안전과 건강, 문화와 복지가 보장되는 희망찬 ‘행복 남구’로의 변화를 위해 오늘도 밤잠을 설치며 고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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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욱 울산 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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