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양동마을 우리 집 초가
머리하는 날이지요.
초가지붕에 오른 이발사들
모락모락 입김 피워 내며
얽히고설킨 박 넝쿨도 걷어 내고
박꽃처럼 피었던 배드민턴공이랑
언젠가 지붕 위로
날려 버린 부메랑도 돌려주지요.
묵은 이엉 걷어 낸 이발사들이
인디언 치마 같은 새 이엉에
따스한 햇살 한 줌 넣어
토닥토닥 덮어 주면
집 나간 참새들도
포르르 날아드네요.
처마 밑으로 삐쭉빼쭉 나온 머리카락은
가지런히 잘라 내고
용마루에 솔잎 핀 찔러 주면
초가 머리 손질은 끝!
마지막으로
집이 방긋 웃는지 확인한 뒤에야
이발사들은 돌아서지요.

내일은 오석이 집이
머리하는 날이랍니다.

 

박해정 시인

◆ 詩이야기 : 박씨는 땅에서 눈을 뜨자마자 계속 길을 간다. 지지대를 찾아 끊임없이 모험을 한다. 처마 끝에 기댄 지지대를 밟고 오르면 지붕을 점령하는 것도 순식간이다. 박은 비바람을 맞으며 하늘에 뜬 둥근 달을 닮아 간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지붕으로 부메랑이든 배드민턴공이든 무엇이든 날려버리곤 하는데 박을 수확할 때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부메랑은 돌아온다. 박꽃처럼 새하얀 배드민턴공도! 지붕에 오른 이발사들이 지난 계절을 우리에게 말끔히 돌려주는 것이다. 이발사들은 새 이엉 올리고 난 뒤 집이 방긋 웃는지 확인할 것이고 참새는 다시 포근한 이불을 덮겠다.

◆ 약력 : 경북 경주 출생. 2015년 <동시마중> 5·6월호 등단. 2016년 제4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 동시집 <넌 어느 지구에 사니?> 펴냄.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