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정 취재2팀 기자

“집을 나왔다고 해서 모두 비행청소년은 아니예요.”

기자는 지난달 마이코즈 쉼터가 마련한 ‘위기가출청소년 특별한 동행-공감(가출)체험’에 참가했다. 쉼터생활을 하고 있는 실제 가출 청소년 1명, 체험자 1명, 관찰자 1명 등 총 3명이 한 팀을 이뤄  3시간의 오리엔테이션 후 저녁 9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가출 체험을 하는 행사였다. 
가출청소년을 만나 가장 먼저 알게 된 것은 돈이 생기면 교통비에는 절대로 쓰지 않고 배를 채운다는 것이었다. 체험비로 받은 단돈 2,700원을 손에 쥔 가출청소년, 가빈이와 기자는 이 적은 돈으로 배를 채워야 했기에 추위를 피해 잘만한 곳을 찾아 걷고 또 걸었다.

가빈이는 교도소에 계시는 아빠, 어릴 적 집 나간 엄마, 양육원에 있는 남동생, 그리고 할머니의 폭언과 큰 엄마의 구박, 4번이나 학교를 옮겨 친구가 없었던 초등시절을 겪었다. 가빈이의 말대로 ‘자유롭게 살아온 듯하나’ 집밖으로 나돌 수밖에 없는 가정환경이었다.

가빈이에게 기자는 “기사화되는 것을  알면서 왜 기자와 가출체험을 함께 하게 됐냐”고 물었더니 “많은 사람들이 ‘가출청소년=비행청소년’을 떠올리는 선입견을 언론을 통해 깨고 싶어서였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날 행사에서 기자가 만난 많은 청소년의 사연을 들어보면 길 위의 아이들 대부분에게 ‘가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상황이었다. 부모로부터의 폭행과 학대, 방치로 인해 아이들은 밖으로 나돌수 밖에 없는 것이 가출의 첫번째 이유였다. 

지난 주말 울산대공원 그린하우스에서는 마이코즈 쉼터가 마련한 ‘후원인의 날' 행사가 열렸다. 한달 만에 만난 쉼터 아이들은 지난날의 깊은 아픔에도 불구하고 밝고 예쁜 모습으로 후원자들에게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후원자들은 때로는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때로는 웃음으로 아이들의 등을 다독여주었다.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마이크를 통해 털어놓는 아이들의 눈빛은 살아있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집밖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 다시 어른들의 보살핌과 도움 속에서 무럭무럭 커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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