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 한달 째를 맞고 있는 ‘연명의료’ 중단과 안락사를 구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연명의료’란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에게 제공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의미하는데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응급상황에서 이 같은 연명의료를 받지 않거나(유보), 현재 받고 있던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합법적 존엄사이다. 

다시 말해 환자의 생명을 단축하거나, 물·영양·산소의 단순 공급을 중단하는 ‘안락사’와는 다르다. 또,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인지 여부나 통상 뇌사상태라고 지칭하는 환자인지 여부는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충분한 요건이 아니다. 연명의료를 유보 또는 중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사 2인의 의학적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단순히 환자 스스로 임종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는 연명의료의 유보 또는 중단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이같이 연명의료 중단과 안락사의 경계는 미묘하다. 그런 만큼 전문의의 의학적 판단이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수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월 23일 부터 이달 24일 현재까지 한 달간 연명의료 결정 시범사업을 시행한 중간결과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하고 숨진 환자가 모두 7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성인으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미리 써놓을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도 2,000명을 넘어섰고 울산도 12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현재 시행 중인 연명치료 중단은 안락사와는 다르지만 합법적 존엄사로 인식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동참을 하고 있는 것은 연명의료로 단지 목숨을 유지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에 이르는 쪽으로 우리 사회의 임종문화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안락사는 ‘생명존중’과 환자의 ‘죽을권리’라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어느 것이 옳다는 이분법적 판단이 아니라 환자 주변상황에 따른 구체성과 환경 역시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뇌사 등으로 인해 연명치료에 들어갈 경우 ‘집안이 거덜난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그만큼 서민들에게는 회복이 쉽지 않는 무거운 짐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생명존중에 앞서 현실적인 문제이다. 생명존중이라는 명분이 현실의 고통보다 낫지 않다는 지적도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자칫 연명의료 중단을 악용해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거나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도록 합리적 의학적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 인간의 생명은 존엄의 가치를 가지는 만큼 어떤 목적에 따라 결정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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