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출동]  울산 지역주택조합 이대론 안된다  ①‘내 집 마련 꿈’ 한방에 날릴 수도

부지 확보 못한 채 조합원 모집… 분담금 고스란히 날려
시행사 ‘합법적 사기’에 당해 가정불화·건강까지 잃어
설립인가 후 수년째 사업지연… 결국 지주방식으로 전환
공인중개사 “사업 불확실… 절대 가입하지 말라” 조언

지난 2015년 11월 조합설립인가 후 2년이 지나도록 사업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울주군 삼남면의 한 지역주택조합 추진 공동주택 부지(빨간 점선 안). 최근에는 지역 주택조합 대신 지주방식으로 아파트가 추진되고 있다.

“가입한 주택조합에 대해 알아보니까 이건 역시 시행사에서 장난을 치고 있겠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사기꾼을 두고 잡아넣지도 못하고 합법적으로 사기를 치고 있구나 너무 답답한 거예요.”

“집사람하고 니가 잘했니 내가 잘했니 싸우다가 이혼 직전까지 가게 됐죠. 그러다 보니 집안불화는 불화대로, 건강은 건강대로 잃어버려 운동장 한 바퀴도 못 뛰고, 뒷골이 땡기고….”

울산에서 추진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낭패를 본 최 모씨(42). 
그는 현재 가족들과 떨어져 회사 숙소에서 생활하면서 지역주택조합 시행업체와 지루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최 씨처럼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다가 사업지연 등으로 피해를 본 시민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민들이 조합원이 되어 직접 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주택조합. 
현재 울산에서 추진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은 중구와 남구, 북구 각 7곳, 울주군 9곳, 동구 1곳 등 줄잡아 30여 곳. 모집된 세대수만 2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당국의 무관심과 추진과정에서 사업이 지연되고 온갖 불법과 탈법이 만연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내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서민들의 꿈이 한순간에 ‘눈물’로 바뀌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지역주택조합 아파트가 추진되고 있는 울주군 삼남면 교동리의 한 아파트 부지.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주택조합은 지난 2015년 11월 300세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을 짓기로 하고 울주군으로부터 지역주택조합조합 설립인가를 받았지만, 2년이 지나도록 공사가 시작되지도 않고 있다.

그동안의 사업진행과정을 취재해보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 곳 지주 등으로 이뤄진 추진위는 당초 136세대 규모의 오피스텔과 근린시설 등을 짓기로 하고, 조합원을 모집했다.

그런데 해당부지가 일반상업지역이어서 공동주택을 지을 경우 300가구 이상이어야 가능한 곳임을 뒤늦게 확인한 후, 조합측은 세대수를 300세대로 늘린 후 또다시 조합원을 모집, 170명 가량의 조합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곳은 300세대가 들어서기엔 부지가 너무 좁고, 주변 도로 여건이 열악해 교통심의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한 지역이다. 

실제 올해 2월 열린 울산시 건축위원회에서 이 같은 이유로 건축자체에 대한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결국 조합측은 지난 5월말 사업을 자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황당한 것은 최근 이곳에 또다시 지역주택조합이 아닌 모 건설시행사가 150가구 규모의 건축심의를 요청해 통과됐다는 것.

이 지역주택조합은 조합 해산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조합이 지금까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쓴 수 십억원의 사업비를 날릴 위기에 놓였다. 이는 조합원들이 낸 분담금 1,000만원 씩이 날아간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지주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해 조합원들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실제 300가구 맞추라고 하니까 법하고 (울산)시하고 상의한 점이 많았다”라면서 “지주 방식으로 할 수 있는지 국토부에 질의를 하고, 공동 지주 방식으로 하면 분양 승인을 받지 않고 바로 할 수 있다고 그렇게 대답을 받았다. 12월 총회에서 (조합해산이) 승인나면 시공사도 정해져 있고 해서 내년 4월이면 착공이 된다”고 말했다. 

울산 구도심에서 추진되고 있는 중구의 한 지역주택조합아파트 부지. 
이곳도 준주거지역으로 공동주택을 지으려면 300세대가 돼야 가능한 지역인데도 지역주택조합이 추진하고 있는 공동주택 세대수는 고작 52세대, 건축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이 정도 규모의 공동주택이 들어설 수 없는 곳이다.

이 곳도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후 지역주택조합이 아닌 지주 방식으로 건설키로 하고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주택조합 조합원들은 대행업체에 지불한 비용인 최소 1,000만~1,500만원의 분담금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곳 분양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 대신 일반 공동주택을 지어 분양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이 같은 울산지역 지역주택조합 피해자들의 청원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피해에 대해 상담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도시락을 싸들고 가서라도 ‘조합원 가입은 하지 마세요’ 말리고 다니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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