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出家)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집을 나오는 것이고, 가출(家出)은 집을 나오는 것 자체가 목적입니다.” “출가는 허락 받고 나온 것이고, 가출은 허락 없이 나온 것입니다.” “그럼 부처님은 허락 받고 집을 나오셨나요?” 연세 지긋한 스님이 점잖게 한 말씀 했다. “응, 그거 간단해, 가출한 사람은 입산할 때 국립공원 입장료 내야 하고, 출가한 사람은 그냥 들어와도 돼.” 해인사 승가대학원장 원철 스님 책의 ‘출가와 가출’ 토론 장면이다.

속세와 인연을 끊게 된 예비 승려인 사미(沙彌)엔 ‘살생하지 않는다’ 등 지켜야 할 십계(十戒)가 있다. 거기다 삭발하고 돌아설 때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불문계((不文戒)까지 합해 속칭 11계명이라 한다. 이는 삭발을 지켜보면서 눈물 머금고 있을 어머니를 뒤돌아보지 말라는 계명으로, 지키지 않으면 수도 중 가장 마음 아픈 함정이 되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속세의 굴레를 벗고 싶을 때가 있지만 쉽지 않다. 우선 눈 앞에 어른거리는 것이 너무 많다. 출가의 내적 동기, 발심(發心)은 더 큰 고개다. 성철 스님은 결혼 생활 중 “개에게는 불성(佛性)이 없다”는 화두를 들고 절에 들어갔다. 42일 정진 끝에 동정일여 (動靜一如) 경지에 이르렀다. 성철 스님이니까 가능했던 일이다. 엄격한 행자 생활을 거치는 사이 큰 맘 먹었던 ‘출가’가 ‘가출’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계종 교육원은 최근 종단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내 생애 가장 빛나는 선택 출가’라는 제목의 출가자 공개모집 포스터를 배포했다. 밝은 표정의 비구와 비구니 스님이 한 손을 활짝 펼친 채 맞아들이는 자세의 사진이 인상적이다. 출가자 공개모집에 나선 것은 한 해 500여 명에 이르던 출가자 수가 최근 150여 명대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번 스님 공개모집 대상으로 ‘대자유인의 삶을 꿈꾸는 자 누구나(만 13~50세)’라는 문구를 넣었다. 불경 ‘마아승저율’에는 ‘너무 늙어도 안 되고 너무 어려도 안 되며 이목구비 수족이 불구여서도 안된다’는 규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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