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예 취재 2팀

‘차차사진관’, ‘기억의 방’, ‘차 마시는 방’, ‘기억의 씨줄과 날줄’ 그리고…. 
설명 없인 이해하기 힘든 단어들. 직접 보고 느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이 말들은 지난달 울산의 한 폐가를 채웠다.

장생포 고래로131 뒤 언덕에 위치한 폐가인 ‘신진여인숙’. 장생포동 227-17번지 일원이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지어진 이 곳은 그 시절 장생포 여행자와 뱃사람들이 묵었던 곳이다. 1980년대 포경산업이 전면 금지됨에 따라 지역경제는 쇠락했다. 여인숙은 주인이 떠나고, 한 때 살던 일가족도 집을 나감에 따라 폐가 신세를 면치 못했다.

2017년, 지역 청년 작가들이 빈 집에 불을 켜고 나섰다. 곳곳의 먼지를 털고 ‘창생전’(蒼生前)을 열었다. 이들은 공간을 연구하고, 저마다의 실험적인 주제로 빈 방들을 채웠다. 최근 이 곳을 방문한 기자는 권정생 선생의 동화 ‘강아지똥’이 떠올랐다. 손가락질 받는 개똥이 결국 땅 속의 거름이 돼 민들레꽃을 피워낸다는 이야기.

남구는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신진여인숙 리모델링 공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시도는 꽃피우기 위한 준비 운동으로 충분했다. 어떤 꽃을 피울지는 앞으로 이 곳에 발 들이는 자들의 몫일 터. 그 중심엔 공간의 ‘원형성’과 ‘시간성’을 잊어선 안 된다. 

‘아, 지역예술문화의 꽃망울이 여기에서 황홀하게 터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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