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억새군락지 유지 위한 방법 ‘억새 베기’
축제·대회 만들면 시민 참여와 홍보까지 일석이조
베어낸 억새로 억새초가 복원해 울주 관광자원으로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간월재 억새가 예전만 못하다’는 시민제보가 있었다고 연락이 왔다. 코스모스 군락을 멀리서 보면 한들한들 좋은데 가까이 가면 엉성하다. 간월재를 비롯한 억새군락지들도 멀리서 보면 은빛 물결이 넘실거린다. 장관이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엉성하다. 키도 차이가 있다. 사이사이 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싸리나무종류와 산딸기나무, 버드나무, 미역줄나무 등 관목들이 억새자리를 빼앗고 있다. 소나무 어린 개체들도 제법 자랐다. 

이는 자연적인 순리에 맞게끔 바뀌는 천이(遷移)과정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억새밭에 쑥과 소나무가 경쟁할 만큼 자랐다는 것은 인위적으로 관리하지 않은 지 몇 년이 지났다는 이야기다. 

울산시에서는 1968년도 신불산 신불재, 간월산 간월재, 영축산 단조성 일대와 사자평, 고헌산 등 소위 영남알프스 억새군락지 분포면적과 2011년 항공사진을 비교했다. 고헌산 일대는 억새 흔적만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외 지역들도 10% 내외 면적만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면적으로 비교하면 7%만 남았다. 흔적 정도만 남은 수준이다. 

억새를 유지해 왔던 요인들이 전쟁과 화전, 산불 등의 영향을 받고 시간이 흐르면서 영향력이 줄어들어 자연 천이과정을 밟아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와중에도 가을 억새 군락은 열매를 퍼트릴 때 즈음이면 산행객들 발길을 불러 모으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대로 없애버리기에는 아까운 부분이 많다. 시민들도 억새 유지를 바란다. 행정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시는 2013년부터 복원작업을 국비를 지원받아 시행해왔다. 사업구간을 여러 구간으로 나눴다. 1년에 한 구간씩 5년 정도 작업했다. 5년이 지나면서 복원 효과는 다시 복원 전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러던 중 2016년 신불산 정상에서 서 북릉 방향으로 참나무 군락지를 벌목하고 억새 복원하면서 논란이 됐고, 사업도 중단했다. 

이미 억새가 사라진 공간은 포기했어야 했다. 남아 있는 곳은 집중관리가 필요했다. 억새 사이 쑥을 비롯한 유입된 식물들을 뽑아내는 일이 1순위였다. 이후 고르게 자라도록 도와야 한다. 방법은 3월 즈음 억새를 베어내고 비료를 주는 일이다. 이때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산악동아리를 중심으로 억새 베기 대회를 여는 것이다. 간월재와 신불재로 나눠서 많이 베어서 단으로 묶어내는 팀에게 상과 상금을 준다. 참가하는 팀들에게도 등억 온천 이용권 등이라도 제공하면 참가율을 높일 수 있다. 

시나 군에서 인력을 고용해 사업차원으로 할 수도 있지만, 억새를 시민참여를 통해 관리함으로써 많은 시민들에게 억새에 대해 알릴 수 있고 베어내는 일 자체를 축제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이후 억새에 줄 비료는 일반 등산객들에게 등산로 초입에 비료를 조금씩 나눠 들고 와서 억새 군락지에 뿌리게 하면 어떨까. 봄에 비료를 뿌린 등산객이라면 가을에 얼마나 자랐을까 궁금해서 다시 오게 하는 유인책도 된다. 

일본 비와호 주변 갈대를 키우는 마을에서는 베어낼 때 마을 주민 전체가 축제처럼 참여한다. 우리는 주민 전체는 힘들다면, 산악인들과 함께 하는 전통이 됐으면 한다. 

아울러  울주군은 전국에서 유일한 억새초가가 있었던 고장이다. 삼동 보삼마을이 유명했다. 억새초가가 남아 있어서 영화 ‘씨받이’, ‘뽕’ 등이 이를 배경으로 촬영됐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은 억새초가가 없다. 영화마을은 됐지만 배경이 되었던 초가는 없는 마을이 돼 관광객을 모으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신불산 억새를 가지고 억새초가를 복원하고 매년 지붕을 이어주는 일을 하자. 베어내는 일도 축제가 되고, 억새를 옮기고 초가를 이는 일도 축제가 돼 볼거리가 된다. 제대로 복원된 억새초가는 실제 숙박도 할 수 있으면 더 좋다. 

보삼마을은 억새초가 전통마을로 명성을 알릴 수 있는 관광자원이다. 3월 억새를 베어내고 나면 4월 즈음 새순이 올라오는 모습 또한 새로운 관광자원이다. 이때 쑥을 비롯한 유입된 식물 종들을 뽑아내는 일을 하면 억새는 건강을 회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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