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쇠로 유명한 스크루지라는 주인공이 크리스마스 전날 밤 찾아온 유령들을 통해 과거·현재·미래를 돌아보고 회개한다.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1812~1870)의 대표작 ‘크리스마스 캐럴’(1843) 스토리다. 경제적 어려움에 쫓기던 디킨스는 이작품을 6주 만에 썼다. 10남매의 아버지였던 그는 런던에 큰 집을 샀으나 수입이 신통찮았으며 툭하면 형제들이 돈을 꾸러 왔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1843년 12월 19일 ‘성탄절 기획 상품’으로 출판돼 런던 서점가에 나왔다.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초판 6,000부가 모두 팔렸다. 이듬해 연말까지 1만5,000부가 더 팔리고 해적판까지 나돌면서 ‘불후의 명작’으로 떠올랐다. 디킨스는 이런 인기를 타고 ‘난롯가의 귀뚜라미’(1845) 등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소설 네 편을 더 썼다.

디킨스는 영국 지방 도시들을 돌며 ‘크리스마스 캐럴’ 공개 낭독회를 열고 자선기금 마련도 했다. 1867년 12월에는 보스턴에서 뉴욕까지 76회에 걸친 미국 낭독 투어를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 9만 5,000달러를 벌었다. 이는 요즘 물가로 치면 150만 달러(약 16억원) 정도다. 낭독회로 부(富)와 명성을 얻었지만 2년 후인 1870년 심장마비로 숨진다.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점점 사라지면서 우리나라 크리스마스 특수가 예전 같지 않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를 떠들썩하게 보내는 문화가 퇴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종교를 떠나 크리스마스가 되면 한 해를 정리하고 성탄절이 갖는 성(聖)스러운 의미를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이제는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그만큼 사라졌다는 얘기도 있다.

2000년대 들어 미국 등에서는 종교적 색채가 드러나는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대신 ‘해피 홀리데이스(Happy Holidays)’ 캠페인도 있다. 예수의 고난을 되새기며 탐욕과 이기심에 갇힌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쏘리, 크리스마스(so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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