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국정원장들의 말로는 불운의 연속이었다. 실종(김형욱)· 사형(김재규)에 이어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들이 줄줄이 감옥으로 갔다. 구속의 운명에서 벗어난 전직 국정원장은 천운을 타고난 사람이다. 그렇다면 국정원 건물과 그 터가 나빠서인가? 

서울 석관동 의릉(경종) 경내에 옛 안기부가 자리했고, 그 후신인 국정원이 내곡동 헌인릉(태종과 순조) 경내에 있다. 안기부나 국정원이 왕릉 안에 자리한 이유는 그곳이 국유지였기 때문이다. 어느 풍수가는 국정원장들이 줄줄이 수난을 겪은 것은 터의 문제가 아니라 본분을 망각한 사람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화재(火災) 중 최대 참사는 163명이 사망한 1971년 12월 25일 서울의 대연각 호텔 화재였다. 그런데 이 호텔 건설에 관계된 것으로 기록에서 확인된 사람은 모두 처벌했다. 현대 한국에서 기록을 남기지 않는 풍조가 생긴데 대해 고(故) 손정목 선생은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라는 책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사고가 났을 때 관련 기록을 찾는 것은 사고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현대 한국에서는 누군가를 본보기로 처벌하기 위한 도구가 됐으니 누가 기록을 남기겠느냐는 얘기다.
화재로 29명의 시민 목숨을 잃게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의 실소유주에 대한 의혹이 주민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안전관리가 부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건물의 전 소유주와 현 소유주 모두 처벌을 면키 어렵게 됐다. 직전 소유주는 은행 빚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다 끝내 부도를 낸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건물 건축 당시 건물주는 시공업자 등에게 대금지급을 계속 미루다가 지금은 교도소 신세를 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건물주들의 부실한 경영 속에서 소방시설 등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졌겠냐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집이나 건물은 주인을 잘 만나야 된다는 옛 얘기가 틀리지 않는다. 사람 팔자나 건물 팔자가 다를 것이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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