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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칼럼] 새해 달력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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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우 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 과장·작가
  • 승인 2018.01.01 22:30
  • 댓글 0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평범한 삶 살아가는 것 큰 행복
건강하고 평온한 한 해 되시길

 

이동우
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 과장·작가

무술년 새해 달력을 벽에 걸어 놓았다. 회사 근처의 조그만 인쇄소에서 얻어 온 달력이다. 열두 장의 사진 속에 한국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담겨져 있는 멋진 달력이다. 동해의 장엄한 일출과 아름다운 섬 남해, 한라산과 지리산의 웅장한 모습이 달력을 넘길 때 마다 펼쳐진다. 도도하고 고귀한 독도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달력의 글씨가 크게 보이는 것이 마음에 쏙 든다. 일부러 가까이 가지 않고 멀리서도 날짜와 요일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양력 밑에 작은 크기로 음력이 표시되어 있는 것도 마음을 흡족하게 한다.

달력을 걸어두고 제일 먼저 휴일이 언제인지 확인해 봤다. 달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연휴가 언제인지 공휴일로 지정된 국경일과 일요일이 겹치지 않는지 살펴 봤다. 공휴일이 징검다리로 이어지는 사이의 평일엔 휴가를 내야겠다는 계획도 마음속으로 세워 보았다. 

아내의 생일이 양력으로 언제인지도 달력에 표시해 두었다. 아이들의 생일도 표시해 두고 집안의 제사도 달력에 표시했다. 이렇게 잊지 않겠노라며 달력에 표시를 했지만 막상 때가 되면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 것이다. 이런 필자를 위해 아내는 챙겨야 할 날이 되면 하루나 이틀 전에 미리 귀띔을 해 준다. 덕분에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은 더 꼼꼼하고 자상한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었다. 아내가 미리 귀띔을 해주지 않는 날은 본인의 생일이 유일하다. 스스로 본인의 생일을 챙기는 것이 민망한 모양이다. 이러다 보니 아내의 생일을 잊어버리고 그냥 보낸 것이 한 두 해가 아니다. 

자신의 생일을 챙기는 것에는 소홀한 아내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일은 잊지 않는다. 아내가 새해 달력을 받아 들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기억해야 할 날들을 표시해 두는 것이다. 부모님의 생신이 언제인지, 가족과 친척들의 생일인 언제인지 표시해 둔다. 시골에 홀로 계신 아버님의 생신에는 직접 찾아가서 인사를 하고 미역국을 끓이고 따뜻한 밥을 지어 대접한다. 다른 사람의 생일도 작은 선물이라도 전해주려고 노력하며 멀리 떨어져 있어 직접 만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전화로 축하를 건넨다. 

아내는 삼단 달력을 좋아한다. 세 달의 날짜가 한 장에 표시되어 있는 달력을 선호한다. 아이들을 키우고 있고, 집안의 대소사도 챙겨야 하는 아내의 입장에선 한 눈에 여러 달의 날짜가 보이는 달력이 쓸모가 많은 모양이다. 

아버지가 홀로 계신 고향 집 마루에는 날짜가 커다랗게 표시되어 있는 달력을 걸어 놓았다. 연로한 아버지에게는 멋진 그림이 실려 있는 달력보다 날짜가 커다랗게 보이는 달력이 유용할 것이다. 새해 달력을 걸어 놓기는 했지만 아버지가 매달 달력을 새로 넘길지는 미지수다. 작년에도 아버지는 몇 달 동안 달력을 넘기지 않고 있었다. 추석에 음식을 준비하던 아내가 달력을 찾았고, 안방에 들어가 몇 달치의 달력을 한 번에 찢어냈던 기억이 있다. 팔순이 넘은 아버지에게 달력은 더 이상 의미 없는 물건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달력이 의미 없어진 아버지는 가끔 시간을 혼동한다. 가끔 며칠 전의 이야기를 어제 있었던 일처럼 이야기하곤 하는데 이럴 때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람이 거의 드나들지 않는 시골집 건넌방의 달력은 2016년 8월에 멈추어져 있다. 암 선고를 받고 입원과 퇴원을 거듭하던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집을 나서던 때이다. 마지막으로 집을 나서기 전까지 어머니는 달력을 넘기며 집안의 대소사를 걱정했을 것이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8월,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 병원에 가기 전 어머니는 은행에 들러 당신의 통장을 정리했다. 본인에게 쓰는 돈은 아까워하며 입지 않고 먹지 않고 모아둔 돈을 삼형제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었다. 2016년 8월에 멈추어진 달력을 보면 뜨거웠던 8월, 그 해의 여름날이 자꾸만 생각난다.

무술년, 새해 달력을 바라본다. 새해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무엇보다도 아버지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연로한 아버지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한 해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가족 모두에게도 건강하고 평안한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평범하고 여유로운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와 점점 각박해져만 가는 세상살이에 평범하고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는 것이 가장 큰 행복임을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와 독자의 가족 모두에게도 건강하고 평안한 한해가 되길 기도해 본다. 이것 말고 더 큰 바람이 무엇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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