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 같았던 2017년 12월 달력을 떼낸 자리에는 2018년 무술년 새 달력이 걸렸고 새 다이어리도 생겼다. 새해에는 하루 한 장씩 뜯을 수 있는 일력이 유행이라고 한다. 새해 이틀을 보내고, 2018년 1월 3일을 맞았으니 이제 363장이 남았다.

하루 24시간, 한 달 약 30일, 한 해 365일이라는 시간 단위는 결국 삶의 경험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다. 하나씩 올라가는 계단과 같이 다음 층에서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다시 한 번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 삶이 두려움과 희망의 비빔밥이라면 잘 비벼야 맛이 있다.

시간 나누기는 상업적으로 대대적 할인행사로 이어진다. ‘2017년 마지막 행사’라면 2018년엔 없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마음이 급해진다.

바삐 살아가는 것인지 생각 없이 살아가는 것인지, 평소에는 시간의 소중함을 그다지 크게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 연말이 돼 한 해를 되돌아보면 많은 후회 속에 시간이 더 있다면 못다이룬 것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아쉬움이 엄습한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다.
세상을 등질 때까지, 100년을 한 단위로 정해 산다면 어떨까. 지루하기도 하겠지만 우선, 개인의 삶에서 100년이란 시간을 한 뭉치로 다루기에는 뇌의 정보처리 능력으로도 불가능하다.

다시 한 해가 시작됐다. 새해 인사를 나누기 바쁘다. ‘한 해’라고 하는 것은 인류가 인위적으로 나눈 시간 단위일 뿐이다. 한 달, 하루, 한 시간, 일 분, 일 초도 인위적으로 나눈 것이다. 

지금 우리가 맞이한 양력의 새해를 음력으로 치면 아직 한 달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다. 매 순간이 만금의 값어치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면 새해 맞이에 앞서 떠오른 후회와 반성의 생각들을 조금 더 길게 가져갈 수 있다. 한 달여 후에는 똑같은 후회와 반성을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363장의 빈칸이 남았다. 새하얀 다이어리 위에 무엇을 채우느냐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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