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복지관 은퇴자재취업프로그램 바리스타 과정 수료
5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오픈부터 문 닫을 때까지 자리 지켜
남다른 커피 사랑…2014년 노인문화제 바리스타 대회 ‘대상’

3일 울산 동구종합사회복지관의 ‘청춘카페’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안윤홍 회장.

“이 나이에 사람들 만나고, 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하지. 앞으로도 내 힘이 닿는 한 계속 봉사하며 자리를 지키고 싶어.”

오전 10시. 오픈과 함께 울산 동구종합사회복지관의 ‘청춘카페’는 향긋한 커피냄새가 퍼진다. 카페에는 연세 지긋한 시니어바리스타들이 환한 미소로 손님들을 반긴다. 이들은 복지관의 은퇴자재취업프로그램을 수료한 후, 바리스타로 재능기부하는 봉사단이다. 바리스타 수업과정을 마친 후 당당히 ‘청춘카페’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청춘카페’의 총괄인 안윤홍(72) 회장의 손놀림은 거침없다. 주름진 손이지만 커피 만드는 솜씨만큼은 어느 누구보다 능숙하다. 

안 회장이 커피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 부터다. 회사를 퇴직한 후, 인생 2막을 위해 찾은 복지관에서 바리스타를 알게 됐다. 

그가 다른 봉사자들과 다른 이유는 굳건함 때문이다. ‘청춘카페’가 문을 연 이후, 지난 5년 간 하루도 빠짐없이 카페 총괄인으로서 자리를 지켰다. 하루 2시간 씩 근무하는 봉사자들과 달리, 안 회장의 근무 시간은 카페가 오픈하는 오전 10시부터 문을 닫는 오후 4시까지다. 카페를 하루종일 지키는 셈이다.           

3일 만난 안 회장은 “돈을 받고 일하는 건 아니지만, 퇴직한 이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 어느덧 5년이 흘렀다”며 “카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들과 만나 대화하는 일이 즐거워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안 회장의 성품과 커피 만드는 솜씨는 근처 동구청 직원들과 보건소까지 소문이 자자하다. 복지관에서도 그의 존재는 ‘청춘카페’를 이끌어 가는데 든든한 버팀목이다.

동구종합사회복지관 임경영 사회복지사는 “다른 지역 시니어카페에는 안윤홍 회장님처럼 총괄인으로서 역할을 하시는 분이 잘 없다”며 “복지관에서 카페를 도맡으면 운영에 어려운 점도 있는데, 안 회장님이 수년동안 한자리에서 자리를 지켜주니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 덕분인지 이날 만난 시니어 바리스타들도 “안 회장님이 과묵하게 자리를 지켜주시니 즐겁게 봉사할 수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커피에 대한 사랑도 남다르다. 지난 2014년에는 울산 노인문화제 바리스타 대회에서 당당히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안 회장은 “바리스타 교육을 받는 동안 카페 이곳저곳을 다니며 다양한 커피맛을 봤다”며 “커피라곤 믹스커피밖에 모르는 나이에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고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얼마나 이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내 힘이 되고 ‘청춘카페’가 문을 여는 이상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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