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의혹 집중된 중요 현안
  청와대가 나서서 진실 밝혀야”
“영장 청구권 검찰 독점 현실
  경찰 수사 한계 보여준 사건”

‘고래고기 압수물 환부사건'이 뜨겁다. 검찰이 불법 포획 증거품으로 압수한 고래고기의 상당량을 고래유통업자들에게 되돌려준 과정이 석연치 않은데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가 받은 수억대의 불법 수임료 등 여러 의혹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 최근 청와대가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방안'과 맞물리면서 이 사건이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을 부각시킬 ‘상징적 사건'이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핫핑크돌핀스와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18일 울산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지검의 불법 고래고기 환부사건을 규탄하는 작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 핫핑크돌핀스 “검찰은 진실을 밝혀라” = 동물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와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18일 울산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래고기 압수물 환부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진실을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울산지검은 당시 고래고기 환부 결정을 한 검사가 경찰 조사에 응할지 여부는 소속 검찰청이 관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검사 개인의 자유의사에 의해 결정할 문제라고 했는데, 이는 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국민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며, 소극적인 수사방해”라며 “불법을 뿌리 뽑아야 할 검찰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오히려 불법 포경업자들 손을 들어주고, 포경업자들과 이들이 고용한 전관예우 변호사의 적극적 기망행위에 속아 고래 불법포획과 고래고기 유통을 용인해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적 의혹이 집중돼 있고, 중요한 사회적 현안인 이번 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나서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핫핑크돌핀스 등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민청원 진행하고 있다. 다음달 8일 마감예정인 이 청원에는 514명이 참여하고 있다.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들을 수 있는 20만명에는 한참 못 미친다. 이에 대해 이들 단체는 “비록 20만명을 모으기 쉽지 않겠지만,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응답해야 하고, 이 사건은 그 의혹과 관심이 충분하다”며 “청와대가 응답하도록 조국 민정수석에서 청원 편지를 보내고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폐쇄적인 검찰, 불신 키웠다 = 검찰이 압수된 고래고기의 상당량을 이례적인 방식으로 환부 결정했다는 문제가 제기된 후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동안 검찰은 ‘침묵'을 지켰다. 검찰은 “수사는 그 결과로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의혹에도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폐쇄성이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문제가 불거진 초기 검찰은 ‘자체 진상 조사를 하느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그러던 검찰은 이달 9일 경찰 수사 4개월여만에 처음 ‘참고자료'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 내용은 “경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했다”는 해명이 상당 부분이었고, 경찰 수사의 미진함과 여론전에 대한 비판이 포함됐다. 경찰이 곧바로 반박자료를 내면서 검·경이 갈등하는 형국으로까지 비춰졌다.

사건 초부터 소극적이었던 검찰은 스스로의 폐쇄적 노선에 묶여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계속된 의혹 탓에 올해 처음 도입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1호' 사건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핫핑크돌핀스 측은 “위원회가 검사의 결정에 면죄부만 줄 가능성이 크다”며 의구심을 강하게 내비쳤고, “기자간담회나 공개토론회 등을 마련해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검찰이 영장청구권 독점하는 현실서 경찰 수사기관 한계” = 이 사건이 주목받는 또다른 이유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건 수사는 대표적인 수사권 독립론자인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의 지휘 하에 이뤄지고 있다.

황 청장은 최근 청와대가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방안'에 대해 “수사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선언적인 의미에 그쳤다”고 아쉬움을 표하면서 그 ‘수사 현실'로 이 사건을 언급했다.

경찰이 계좌·통신·자택·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소명부족(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일부 청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황 청장은 “영장 청구권을 검찰이 독점할 경우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청와대 발표안대로면 이런 불합리한 수사 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6년 불법포획 혐의로 경찰이 압수한 고래고기 27t 중 21t을 검찰이 유통업자들에게 환부 조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환경단체의 고발로 사건을 수사 중인 울산지방경찰청은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수억원 상당 수임료를 챙기고도 4,700여만원의 가짜 세금계산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 당시 담당 변호사를 비롯해 유통업자 등 5명(1명 구속)을 피의자로 입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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