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각자만의 능력·지식·지혜 갖추고 있어
선거철 ‘자신만이 적임자’라고 외칠 후보자들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방만심·자만심 버려야

 

권학철 제일한의원 원장·한의학박사

2018년도 새해가 밝았다. 또 한 살의 나이를 나에게 더했다. 그만큼 인사할 곳보다 인사받을 곳이 많아졌고, 지식이 채워져 안다는 생각이 늘어나고 세상살이가 더 잘 보인다는 생각이 들게되니 이러한 점 때문에 나라는 아만심, 에고적인 방만심이 더해진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가 안다 생각하는 지식은 불안정해 확신이 들지 않고 제대로 아는 것은 무엇인지 느낌이 감감한데에도 내 것이라는 물욕에 대한 집착, 나라고 하는 에고적인 집착은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더욱 강해짐을 느낀다.

다시 주변을 둘러본다. 생명의 존귀함을 되새겨본다. 주변의 많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생활하다보면 참으로 신기하게도 각자가 생명체로서 습득한 지식과 지혜, 기술과 솜씨가 내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아니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은 위험한 착각이며 사람들 각자가 그러한 환경에 주어지면 모두가 훌륭히 해내고 나보다 더욱 잘할 것이다. 

나는 내자신에게만 국한해 소아적인 좁은 생각의 틀 속에 갇혀있을 때에는 내가 해야하고 내가 아니면 안될 것이란 아집 속에서 올바른 감각을 잃어버렸었다. 그러나 주위에 보이는 많은 사람들을 되돌아 보았다. 나이들어가면서 지식과 지혜가 늘어날수록 내게 다가오는 느낌은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가 성실하고 또한 자기 삶에서 발전적이려고 노력하며, 자기자신에 대한 번민과 채찍, 노력을 통해 무한한 능력과 지혜, 지식을 소유하고 있음을 봤다. 현재 처지가 초라해 보잘 것 없고 무능한 모습으로 보여도 그것은 착각이다. 

나를 비워낼 때 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고 주변 사람들의 장점과 능력이 제대로 보인다. 생명체란 존재의 아름다움이 절절히 느껴져 오는 것이다. 

향교에서 주역과 고문진보라는 한문을 강의하면서 10년 넘게 느껴온 것은 수강하시는 분들이 어려운 한문 글자공부는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반찬을 만들고 김치를 담그는 솜씨나 부동산을 매매하는 꼼꼼함, 집을 짓는 과정에서의 치밀함, 자신의 자산을 정확히 꼼꼼히 운용하는 면, 신문을 읽고 행간의 숨은 뜻을 파악하면서 논리정연히 분석하는 점 등 각자가 자기 직업에 따른 전문성 또는 관심분야에 대한 지식과 지혜를 축적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각 생명체가 품어내는 인품과 지혜가 아름답기 그지 없음을 알게 됐다.

일상생활에서 나를 비워내야 한다. 나의 에고적인 집착, 나의 물욕에 대한 욕심을 덜어내고 내가 소유한 지식과 습득한 지혜의 초라함을 느끼고 반성해야만 한다. 

주역계사전(周易繫辭傳) 산택손괘 육사효사(山澤損卦 六四爻辭)에서 이르기를 ‘손기질(損其疾) 하되 사천(使遄)이면 유희(有喜)하야 무구(无咎)리라’ 라고 했다. 그 병(病)된 것을 덜어내되 하여금 빨리하면 기쁨이 있게 되고 허물이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 육사효(六四爻)는 음효(陰爻)로서 자질이 부족하고 병폐가 많은 존재인데 스스로 반성해 자신의 허물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존재다. 그러므로 초구(初九) 양효(陽爻) 군자의 도움을 받아서 자신의 허물을 빨리 덜어내고 없애야 하는 것이다. 나의 무엇이 나쁜 점인지, 병폐되는 점인지 모르는 존재가 훌륭한 성현들의 말씀에 힘입어서 나의 정신과 육체를 병들게 하는 단점들을 파악해 끝없이 덜어내고 없애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맑아진 심신 상태에서 주변을 돌아보면 모든 생명체는 무한한 능력과 지혜, 지식을 모두다 각자각자에게 알맞은 방법으로 형성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올해는 지방자치제에 의해 각종 선거를 치르게 된다. 여기에서 나는 또 한 번의 나와 같은 아집과 에고를 소지한 인간군상들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수많은 입후보자들이 자기가 아니면 그 자리를 수행할 수 없다 여기고 자신만이 유일한 적임자이고 대안이라고 외칠 것이다. 이러한 때에 당신만이 훌륭한 적임자이고 그 자리를 감당해낼 수 있는 분이라고 양보하는 통큰 대인(大人)을 간절히 보고픈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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