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던 조선소 폐업으로 일 못해
  범행 전날까지 술 마시다가 계획”
  범행 당시 상황 차분히 재연

“사는게 힘들어…열심히 일을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현실이 너무 억울하고 싫었습니다.”

22일 오전 11시 동구 방어동 새마을금고 앞.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울산 새마을금고 강도 사건’의 피의자 김모(49)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자를 푹 눌러 쓴 김씨는 차분히 현장검증을 시작했다. 

이날 김씨는 범행을 위해 화장실에 숨어 있는 것부터, 화장실을 나와 직원을 협박, 금고에 돈을 훔치는 것까지 범행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현장검증에서 김씨는 흉기와 함께 분무기를 챙겨 “분무기 안에 염산이 있는데 얼굴에 뿌리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당시 직원을 위협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후 은행 안에 들어가 “금고에 있는 돈을 담아”라며 직원을 협박하는 모습을 재연했다.
  
현장검증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무섭다”, “은행 보안이 제대로 된 게 맞느냐”며  술렁이기도 했다.  

은행에서 벌어진 모든 상황을 재연한 후, “왜 범행을 저질렀느냐”는 취재진의 질문해 그가 남긴 말은 “열심히 일을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현실이 너무 억울하고 싫었다”였다.

“단독범행이 맞느냐”는 질문에도 “혼자 했다”고 범행을 인정했다. 

 

지난 18일 동구 방어동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출근하는 직원을 흉기로 위협해 현금 1억 1,000만원을 빼앗아 도주한 강도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이 22일 오전 실시된 가운데 피의자 김모씨가 범행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경찰조사에서도 김씨가 이 같은 범행을 결심한 이유는 ‘생활고’로 밝혀졌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경찰 조사에서 “3,600만원 상당의 대출금과 지인들에게 빌린 돈을 갚고, 자녀 양육비와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실제 김씨는 지난 2006년부터 거제 조선소에서 일하다가, 일감이 떨어지자 생활비 마련을 위해 울산으로 넘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울산에서 일하던 조선소마저 폐업하면서 김씨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그는 “일을 할 수가 없어 범행 전날까지 술을 마시다가, 새벽에 문득 억울한 마음이 들어서 범행했다”며 경찰조사에서 진술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 18일 오전 7시 57분께 동구 방어동 새마을금고에서 출근하는 직원을 흉기로 위협한 뒤 금고에 있던 현금 1억1,000만원을 훔쳐 도주한 혐의(특수강도)로 구속됐다.

김씨는 범행 직후 오토바이와 그랜저 승용차 등을 이용해 도주했지만 6시간 30여분 만에 경남 거제시의 한 모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검증을 토대로 2차 조사를 실시한 뒤, 25일 전에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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