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정자로 알려진 울주군 범서면의 관서정(觀逝亭)이 수년전 헐렸다.(본지 2016년 7월21일자 7면 단독보도)
땅 소유주에 의한 재산권 행사였기에 누구도 손가락질을 할 수 없었다.
조선 시대 선비 남은(南隱) 정 택(鄭擇)의 재실인 울주군 상북면의 남은재도 지난해 울산문화재연구원 문화재돌봄사업단이 찾았을 때 소유주에 의해 헐리고 있었다.


울주군 상북면 양등마을에 있는 민속학자, 석남 송석하의 재실 ‘영모재(永慕齋)’는 현재 폐가로 방치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또 울주군 은현리 적석총(울산시 기념물 제8호)은 무덤의 경계를 표시하는 석축이 최근 무덤 주변에 길을 내면서 상당부분 훼손되기도 했고, 울주군 천전리각석 입구의 신라시대 절터는 석탑의 돌이 인근 무덤의 상석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가장 심각한 곳은 울주군 두서면에 위치한 소산봉수대. 봉화대를 두른 방호석축 한가운데에 봉화대는 간데없고 전 국회의원을 지낸 지역유지의 가족무덤이 들어서 있다.
울주군 언양읍 반구대 암각화 인근 ‘집청정’의 경우도 이에 못지않다. 장마로 인해 기와지붕에서 물이 새고 천정 흙이 마루로 떨어지는 등 긴급한 보수가 요구됐지만 ‘비지정문화재’라는 이유 때문에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으면서 휴가철에도 방문객들의 사고가 우려돼 문을 굳게 잠가 놓기도 했다.
이외에도 문수사 석탑, 용화사 석탑, 화장사 석탑, 검단리 석탑, 불당골 마애여래입상, 동부동 알바위 등 상당수의 비지정문화재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처지다.
비지정이라는 이유로 이들은 정확한 현황파악 자체가 힘들어 도난이나 훼손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 마련에도 문제가 있으며 개인이나 문중 소유의 개별 문화재에 대한 정확한 기록도 없어 도난방지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문화재관계자들은 훼손이나 문화재 도난 등 비지정문화재 보호를 위해 공공 위탁관리를 대폭 확대하면서 이들 문화재를 연구·전시·교육하는 적극적인 활용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역의 한 문화재 관계자는 “비지정 문화재들의 경우, 대부분 도난방지시설이나 관리인이 없이 외부에 고스란히 드러나 자연적 훼손위험이나 문화재 범죄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며 “문화재로 지정만 안됐을 뿐이지 문화사적 가치와 불교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적 가치가 있는 이들 비지정문화재들에 대해 지자체에서 최소한의 보수나 관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본지 등 지역 언론사들의 잇따른 제기에 울산시가 뒤늦게 움직인다.
울산시는 비지정 문화재의 제대로 된 관리와 보존을 위해 24일 울산시 각 구군의 문화재업무 담당자와 울산박물관, 울산발전연구원 문화재센터, 울산문화재연구원이 ‘문화재 관리방안 협의회’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댄다.
24일에는 다함께 모여 보존 방안을 논의하고, 내달 비지정문화재 실태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실태조사가 이뤄지면 문화재를 정비하고 문화재 지정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울산시 문화재 업무 관계자는 “비지정문화재는 예산과 인력 지원이 전혀 없어 관리하고 찾아내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면서 “관계자들이 모여 관리대책을 논의해 비지정 문화재 관리 및 보존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