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문제로 고통받는 요즘 청년들에게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만드는 ‘여행’ 추천
더 좋은 여행지 위한 노력이 성공 일굴 것

 

이강하 시인

해가 바뀌면서 각 지역 신문사마다 오피니언 필진을 새롭게 편성한다는 글이 게재됐다. 새로운 필진의 합류로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소식은 매우 고무적이다. 주변에 훌륭한 분이 많은데 감사함과 민망함이 교차된다. 부족하지만 올해도 필자는 편안하고 넉넉한 마음의 창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지난 1월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나침반 삼아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국가적인 과제로 삼아 직접 챙기겠다. 일자리 격차를 해소하고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임금격차 해소, 노동시간 단축 같은 근본적인 일자리 개혁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해 감동이었다. ‘청년 일자리,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단어가 더 가슴 뛰게 했다. 노동시간 단축은 저녁이 있는 문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리라. 청년들의 삶은 곧 우리다.

일에 쫒기다 보면 개인의 건강을 돌아볼 시간도 없다. 금세 몸은 허약해져서 근육이 빠지고  상대의 작은 자극에도 민감한 반응이다. 삶에 재미가 없다. 틈틈 문화를 접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으나 경제력이 없다. 필자의 주변에도 여전히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있다.  계속 알바를 하거나 현직에 고충이 많아 이직을 준비하는 이도 있다. 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어쩌다가 우리나라가 이렇게 됐을까. 

필자의 20대도 그렇게 녹녹한 생활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의 청년들보다 마음은 편했던 것 같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현실에 맞는 일이 이것이다 싶으면 곧바로 그길로 들어섰으니까. 그러면 밥은 먹고 살았으니까. 마음이 답답할 때면 짧은 시간을 내서라도 기차여행을 하곤 했었다. 기차여행을 하다보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고 한동안 쌓인 슬픔이 사라졌다. 바깥 풍경은 기차가 되고 싶고 기차는 바깥 풍경이 되고 싶고. 가끔 친구와 마음의 창을 여는 곳은 영화관과 산이었다. 산행은 몸을 튼튼하게 하고 영화는 심성을 부드럽게 한다.

필자가 요즘 자주 쓰는 단어는 여행이다. 여행은 체력의 원동력이요, 행복한 삶을 이어주는 황금다리라고 아이들에게 자주 말한다. 여행을 꿈꾸는 사람은 분명 성공한다.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므로.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어서 여행을 계획해야한다는 것이다.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자립이 필수다. 그러나 어떤 곳을 선택할 것인가에 따라 자신의 목표가 달라지기 때문에 더 좋은 곳으로 떠나기 위해서는 계속 노력해야한다. 

새해에 아이들과 함께 제주를 다녀왔다. 졸업을 앞둔 아들은 얼마나 마음이 첩첩할까. 필자의 마음도 그랬다. 그래서 여행 일정을 아들에게 맡겼다. 운전을 맡은 아들의 뒷모습은 생각보다 든든했다. 넥슨컴퓨터박물관, 외돌개, 카멜리아힐, 4.3 유적지, 박물관은 살아있다(트릭 아트) 등을 돌아봤다. 딸의 의견도 존중하면서 답사와 관람 소감도 나눴다. 결과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트릭 아트’였다. 여행 둘째 날 저녁, 우리가 마지막 관람객이었다. 

트릭 아트 관람은 오래 전 울산에서 관람하고 제주도가 두 번째다. 고흐의 자화상, 다빈치의 모나리자,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등 다양한 명화를 만났다. 사실 아들은 카메라를 무척 어색해하는 소년이다. 그런데 그날은 반응이 좋았다. 트릭 아트에 담긴 과학적 원리와 그림 이야기도 하면서 다양한 포즈를 필자에게 알려주기까지 했다. 다행히 가족사진을 몇 장 남길 수 있어서 기뻤다. 그림과 하나가 돼 잠시 다른 형상으로 시간여행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자신에 대한 도전일 테다.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 앞에 들어서니 갑자기 소년이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놀라운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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