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통합 이끄는 상징적 기제  ‘보훈정책’ 
역사인식과 맞닿고 국가정체성 확립 기여
미래 지향·따뜻한 공훈 보답 최선 다할 터  

 

한국성
울산보훈지청장

“보훈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분명히 확립하겠습니다. 애국의 출발점이 보훈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2017년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강조하신 말씀이다.

우리는 19세기말 근대국가를 수립하지 못하고 식민지로 전락한 이후 반봉건과 반제국주의의 투쟁이 동시에 전개되는 과정에서 일제의 탄압과 회유, 주변국들의 기회주의적 태도, 사상과 노선의 갈등 그리고 지도력의 부족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지만 끝내 광복을 맞이했고 그 원동력은 민족정신이다.

근대 한국민족주의를 견인한 민족정신의 핵심은 민족정기이며, 민족정기는 역사 속에서 갖게 된 민족의 원형적 기질 또는 정수로서 ‘국혼’이나 ‘얼’로서 표현됐다. 또한, 국가가 강요하거나 주도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표출되는 대의 정신으로서 오늘날 세계화 시대에도 부합하며, 국난극복정신의 시대정신으로 표출됐다.

우리의 민족정기는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정신으로, 공산주의 침략에는 호국정신으로, 민주주의 위기에는 민주정신으로 나타났다. 민족정기는 국가적 위기의 앞에서는 통합과 단결의 기제로 작용해야 하지만, 사회 내부의 정의와 투명성 그리고 도덕성을 높이는 가치정향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의 질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품격과 이미지를 높이는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는 2007년 7월 개정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이다.

태극기(국기)와 무궁화(국화)와 같은 상징뿐만 아니라 국민의례 역시 국가정체성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국민의례를 한다는 것은 그가 속한 국가 공동체에 대한 자기 확인이며 고백이다. 기본적인 의무이며 최소한의 예의다. 국가의 상징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태극기, 애국가, 무궁화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에서 함께 흘린 피와 땀이 녹아 있는 민족적 정서의 결정체로서 이미 이 땅에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의병들이 사용했던 불원복기(不遠復旗), 3·1운동 때 거족적으로 들었던 태극기, 임시정부 태극기, 6·25전쟁 때 학도병 서명 태극기엔 민족혼이 서려있다. 엄혹했던 시대에 숨어서 불러야 했던 애국가, 우리 강산을 상징하는 노래와 문장(紋章)으로 사용된 무궁화도 다르지 않다.

오늘날 우리는 근·현대사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하여 흔들림 없는 국가관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에 있다. 보훈정책은 함께 겪은 집단적 기억을 국가 정체성으로 하여 국민 통합을 이끄는 상징적 기제이다. 우리나라 보훈은 근현대사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독립·호국·민주로 이어진 민족운동사는 국가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훈의식은 역사인식과 맞닿아 있다. 국가유공자를 역사의 주인공으로 인정하는 일은 국가와 역사에 대한 긍정과 긍지를 갖게 하는 일이며 국가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일이다.

국가보훈은 국기(國基)를 다지는 근간이자 초석역할을 하며 국민들에게 공동체적 민족의식, 책임의식 등을 일깨워 국가의 항구적 존립과 발전에 적극 이바지하고, 사회를 건강하게 하며 나라를 튼튼하게 하고, 국가의 품격과 이미지를 높여준다. 국가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국가를 위해 희생, 공헌한 분들에게 국가가 진심으로 감사하고 이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정신적·물질적 예우와 지원을 다하여 다른 국민에 앞서 최고의 예우를 받고 복지를 누리게 함으로써 나라를 위한 헌신이 명예롭고 존경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국가유공자를 최우선으로 예우하는 국민정신을 내재화하는 것이 “보훈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지름길이다.

2018년도 보훈정책은 보훈가족의 삶에 스며드는 따뜻한 보훈,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미래지향적 보훈,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으로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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