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망망한 동해(東海)에 다다른/ 후미진 한 작은 갯마을//자나 새나 푸른 파도의 근심과/ 외로운 세월에 씻기고 바래져/ 그 어느 세상부터/ 생긴 대로 살아온 이 서러운 삶들을 위해/ 어제는 인공기(人共旗), 오늘은 태극기/ 관여할 바 없는 기폭이 나부껴 있다.’ 6·25전쟁 종군시인 청마 유치환의 시 ‘기(旗)의 의미’다.

애국가는 나라 사랑의 격조 높은 표현이며 무궁화는 민족정신을 담은 나라 꽃이다. 더불어 태극기는 우리 주권의 표상이다.

남북 공동훈련을 위해 북한 마식령에 간 한국 스키 선수들은 태극기와 코리아(KOREA)란 글자가 없는 유니폼과 스키복을 입었다. 반면, 단일팀 합류를 위해 한국에 온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가슴에 인공기를 달고 ‘DPR KOREA’란 영문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다. 결국 북한의 비위를 맞추려고 저자세로 과잉 대응했다고 해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1980년대 민주화 시위 선두에 섰던 386 세대들은 민족이라는 단어에 열광했다. 그들 중에는 아예 북한의 주체사상과 통일 방식을 따르자는 청년들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2030들은 주민들을 짓밟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다 전쟁 공포 퍼뜨리기에 여념이 없는 북한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

그들은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겠다면서 북한 눈치 보기 바쁜 정부를 못마땅해 한다. 남북 단일팀을 이유로 아이스하키 여자대표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남북 선수단이 공동 입장 하면서 태극기가 사라지고 ‘한반도기’를 흔들게 된 것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평창 유감’이라는 제목의 랩이 인터넷에서 퍼졌다. ‘태극기 내리고 한반도기 올리기/ 메달권 아니면 북한이 먼저/ 공정함과 희망 따윈 니들에겐 없어…/ 전 세계가 비웃는 평양올림픽 난 싫어’라고 정부의 저자세를 비판했다. 우리나라 올림픽 선수들이 가슴에 태극기를 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겠는가. 그런데 정부의 ‘태극기 홀대’는 전례 없이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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