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법’ 시범기간 거치고 본격 시행
울산대병원 시범기간 21명 작성
50∼60대 13건으로 62% 차지
법시행 후 4명… 2명 연명중단
윤리위 설치 병원만 시행 가능
울산대병원 등 전국 59곳 설치
시행 초기 인프라 구축 시급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 시행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범사업기간을 거치고 지난 4일 본격 시행됐다. 울산에도 ‘존엄한 죽음’을 위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법 시행을 위한 인프라가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울산도 ‘존엄한 죽음’ 택했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연명의료계획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담당의사가 암 등의 말기환자나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로 판단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작성한다. 이 과정에서 환자 스스로 담당의사에게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겠다거나 시행중인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된다.
울산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6일부터 올해 1월 15일 시범기간 동안 울산지역에서는 더는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며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환자는 총 21명이다. 이들은 모두 말기 암 환자로, 신청자 중 5명이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4가지 연명치료를 받지 않아 사망했다.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21명 중 50~60대가 13건으로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성별은 남성이 8건, 여성이 13건으로 확인됐다.
한편 지난 4일 연명의료결정법이 본격 시행된 이후 이틀간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환자(5일 오전11시 기준)는 전국적으로 12명, 울산지역에는 4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2명이 연명의료를 중단했다.
김신재 울산대학교병원 연명의료윤리위원회 위원장은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해 아직까지 환자나 보호자들은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지 않아 환자의 생명이 단축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법의 취지를 이해한 보호자 등은 환자를 위한 존엄한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들을 위해 신중한 결정을 내렸다”며 “연명의료결정법은 죽음이 임박한 환자를 대상으로 생명연장 장치나 약물의 무의미한 사용을 중단해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는 취지이며 생명을 단축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행기관 1.8% 불과
연명의료결정법이 본격 시행됐지만, 연명의료 중단에 필수적인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가 설치된 병원은 1%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실상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을 원하더라도 이행할 수 있는 병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존엄사를 택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더라도, 존엄사를 원하면 윤리위가 설치된 병원에서 ‘사망이 임박했다’는 판단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울산에서는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곳은 울산대학교병원이 유일하다.
전국적으로도 윤리위를 설치한 병원은 전체의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전국 3,324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59곳에만 윤리위가 설치됐다.
최 의원은 “법 시행 초기라고 해도 윤리위 설치가 너무 저조하다”며 “윤리위가 없는 병원에서 임종기를 맞게 돼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을 원할 경우 윤리위를 구성한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해 설치 병원을 보다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아직 시행 초기인 만큼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박미라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지난달 29일부터 윤리위 등록을 받았으나 아직 초기여서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인프라 확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