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한 달간 일본을 다녀온 한국인 여행객이 80만명을 돌파했다. 2017년 12월보다 12만명 많고 2017년 1월보다 18만명 더 많다. 반면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자꾸 줄어든다. 2017년 12월 19만여 명으로 2016년 같은 달보다 5,000여명 줄었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엔 “일본에 가보고 반했다”는 사람 일색이다. 일본여행을 두 번, 세 번 하는 사람이 느는 이유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연전연패를 면치 못했다. 그런데도 ‘몸을 던져서라도 일본은 꼭 이겨야 겠다’고 다짐했으나 무릎을 꿇었다. 축구 한·일전이 열릴때마다 “일본에는 가위바위보도 이겨야 한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우리가 일본을 앞섰다고 자신할 것이 별로 없다. 경제 격차는 더 벌어지고 사회 역동성 마저 역전돼 버렸다. 반도체·스마트폰을 꼽지만 이마저도 일본산 핵심 장비·부품 없이는 안돌아간다. 한국은 청년 취업절벽이지만 일본에선 일자리가 남아돈다.한·일 노벨과학상 수상자 ‘0 대 21’이 현실을 대변한다.

국제관계는 냉혹한 힘의 영역이다. 외환위기때 가장 먼저 돈을 뺀 게 일본이고, 통화스와프를 앞장서 해지한 것도 일본이다. 그 이면에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버르장머리’ 발언과 MB의 ‘일왕’ 발언이 있었다. 감정만 앞세웠다간 뒤통수를 맞는다.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딴 일본 고다이라 나오 선수가 눈물을 감추지 못한 이상화에게 다가와 껴안으면서 건넨 첫마디는 일본말 ‘요쿠얏타오’가 아니라 서툰 한국말 ‘잘했어’ 였다. 고다이라는 어쩌면 올림픽에서 이상화를 꺾겠다며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에 자비로 네덜란드 유학을 다녀오고 올해 32세에도 필사적으로 달렸는지 모른다.

배울 것이 있는  상대에게는 머리를 숙인다는 아베 일본총리다. 그가 고다이라처럼 한번쯤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을 껴안아줄 수는 없을까. 3·1절을 맞아 떠오른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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