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꽃이 핀
꽃대 하나
깃발처럼 꽂았다

겨울 지나 
봄 동산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손인선 시인

◆ 詩이야기 : 며칠 전 냉이 캐러 시골에 다녀왔다. 양지바른 곳에서는 벌써 냉이가 꽃대를 밀어올리고 있었다. 냉이 꽃을 보고 있자니 작고 가는 꽃대를 밀어올리기까지 견뎌낸 시간이 대견해 보였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그런 만큼 바람에 흔들리는 냉이 꽃은 봄 동산에 꽂은 하얀 깃발 같았다. 밭에서 직접 캐 온 냉이 한 줌을 넣고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였다. 코로, 입으로 봄기운이 느껴졌다. 눈으로 피부로 느낄 봄도 기다려진다. 들판 가득 채울 작고 앙증맞은 봄맞이꽃이 피고 부드러운 봄바람이 불면 오라는 이 없어도 길 떠나 보리라 다짐하게 된다. 나의 봄 동산에는 어떤 깃발이 나부끼고 있을까? 
◆ 약력 : 손인선 시인은 경상북도 포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2005년 아동문학평론에 동시 부문 신인상을, 월간문학에는 동화 부문 신인상이 각각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간 낸 동시집으로 2013년「힘센 엄마」, 2016년「민달팽이 편지」를 냈다. 현재 출판사에서 책 만드는 일을 재밌게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