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째 손님없어 매출 급감
곳곳 ‘폭탄세일’·‘임대’ 현수막
헐값에 물건처리하고 폐업 선택
처분 못한채 문닫은 곳도 수두룩

15일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 사거리 부근 의류판매점에 ‘폐점정리’와 ‘임대’ 현수막이 함께 걸려 있다.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되자 울산 동구에 ‘눈물의 땡처리’를 하는 업소가 크게 늘었다. 물건을 처분하고 폐업을 택한 것인데, 문을 닫는 가게가 늘수록 동구주민들의 생활기반 시설도 흔들리고 있다.

15일 오전 동구 화정동의 한 스포츠웨어 전문점. ‘땡처리’ 안내문 옆에 ‘점포임대’ 현수막이 함께 내걸려 있었다. ‘이제 장사를 안 하느냐’는 질문에 가게 주인은 한숨만 푹 쉬었다. 

이곳은 수년간 동구에 자리를 지켜왔지만, 몇년전부터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조만간 문을 닫게 됐다.

가게 주인은 “지역경기가 어려워진 이후 손님이 부쩍 줄어 요즘에는 점포세 내기도 버겁다”며 “결국 물건을 헐값에 다 팔아버리고, 폐업을 택했다”고 말했다. 

각종 재고상품을 헐값에 ‘땡처리’하고, 가게를 폐업하는 곳은 이곳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동구의 중심가 일산해수욕장 사거리 부근에도 ‘폭탄세일’과 ‘임대’를 함께 내건 가게가 급증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최근 폐업을 위해 물건을 처분하는 곳이 많은데, 그래도 땡처리를 하는 점포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물건도 처분하지 못한 채 문을 닫아버린 곳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동구는 ‘유명 브랜드 불패’의 공식도 깨지고 있다. 이미 동구지역의 유명 패스트푸드점, 대기업 커피전문점 등은 가게 문을 내렸고, 일부 업소는 가게 안에 식기조차 빼지 못하고 폐업했다. 

문제는 쇼핑, 식당 등 서비스시설이 하나 둘씩 문을 닫으면서 동구주민들의 생활기반도 빨간불이 켜졌다. 

실제 통계청의 ‘2017년 4분기 및 연간 시도 서비스업생산 및 소매판매 동향’에 따르면 울산의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대비 0.5% 늘어나는 데 그쳤고, 이는 전국 평균인 2.5%에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소매판매는 1.5%가 줄어들면서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서부동에 거주하는 손모(62)씨는 “항상 이용하던 시설이 갑자기 사라져서 불편함도 있지만, 이제는 또 어떤 점포가 없어질지 걱정된다”며 “하루빨리 경기가 회복되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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